국제해사기구 규제(IMO 2020) 시행이 미뤄질 가능성은 낮고 설사 연기된다 하더라도 국내 정유업계에 큰 악재가 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22일 “미국 정부가 국제해사기구 규제를 연기하기 위해 압력을 넣고 있다는 보도로 정유업계 관련회사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며 “하지만 제도적, 시간적으로 연기 자체가 어렵고 미국 정유기업들의 강한 불만도 미국 행정부에 부담이 되는 만큼 실제로 미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국제해사기구 규제 연기 가능성 낮아, "정유사 주가에 영향 없다"

▲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22일 “미국 정부가 국제해사기구 규제를 연기하기 위해 압력을 넣고 있다는 보도로 정유업계 관련주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해사기구는 2020년 1월1일부터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 상한선을 3.5%에서 0.5%로 대폭 낮춰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황산화물(SOx) 배출을 막기 위해서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해사기구의 선박 황산화물 배출 규제(IMO 2020)를 연기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

최근의 유가 급등세를 비롯해 이란과 중국 등 미국의 외교적 갈등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국제해사기구 규제에 따라 발생할 추가 비용이 트럼프 대통령의 중간선거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유엔(UN) 산하기구인 국제해사기구의 규정을 연기하고 개정하려면 최소 22개월 이상이 걸리는 만큼 실제 연기로 이어지기까지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국제해사기구 규정을 개정하려면 회원국들이 안건을 채택하는 데에만 6개월이 소요되고 개정안이 채택된 뒤에도 16개월이 지나야 효력이 발생한다. 

2008년 이후 미국 정유사들이 저유황 석유제품 생산을 위해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진행해 왔다는 점도 연기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백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국제해사기구 규제의 연기를 주장한다면 미국 정유기업들의 불만은 매우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한 미국의 정유업체들의 반발을 감안하면 실제로 규제 시행이 유예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2020년 초 해상운송용 석유제품의 일시적 가격 급등 가능성을 감안한다면 본격 시행에 앞서 계도 기간이 도입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백 연구원은 “6개월 정도의 계도 기간이 도입된다면 기존에 예상한 디젤제품 가격 상승 등의 시점은 2020년 하반기가 될 수 있다”며 “다만 이 때에도 국제해사기구 규제 계획 자체가 취소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국 정유기업에게 큰 악재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은 저유황 연료유를 생산하는 설비를 다양하게 갖추는 한편 저유황 연료유를 사용할 수 없는 선박들을 겨냥한 배기가스 정화장치 등을 마련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