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이제 콧대 높은 영화계에서도 더 이상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 아니다. 베니스영화제가 넷플릭스 개봉 예정작에 대상을 안긴 것이 단적인 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함께 TV쇼 등을 제작하기로 하면서 넷플릭스는 콘텐츠산업뿐 아니라 미디어로서 정치사회적 존재감도 무섭게 키우고 있다.     
 
넷플릭스는 영화계에서도 더 이상 '초대받지 못한 손님' 아니다

▲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로마가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탔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 개봉작인 영화 '로마'가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수상한 것은 영화업계도 이제 넷플릭스 개봉작을 영화로 인정하는 의미로 보인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로마는 9월8일 베니스영화제 대상인 황금사자상에 선정됐다. 

전통적으로 영화는 극장가에서 개봉된 뒤 상영이 끝나면 온라인에서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영화는 극장가와 넷플릭스에서 동시에 개봉한다. 

이런 점에서 프랑스 극장업계에서는 넷플릭스 개봉작을 영화로 인정할 수 없다며 보이콧을 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고 이런 반발을 수용해 칸영화제는 넷플릭스 영화를 경쟁부문에서 배제했다. 

영화 로마는 앞서 5월에 열린 칸영화제 초청이 유력했으나 무산됐던 작품이다.  

그러나 9월 베니스영화제에 초청됐고 결국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다.  

베니스영화제는 칸과 베를린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며 역사와 권위를 자랑한다. 이번 수상은 영화 자체의 작품성은 말할 것도 없고 넷플릭스의 영화 제작과 새로운 유통방식을 주류 영화계에서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넷플릭스와 함께 영화 로마를 제작했다. 쿠아론 감독은 영화 ‘그래비티’로 2014년 아카데미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영화 로마는 쿠아론 감독의 자전적 내용을 담은 것으로 1970년대 멕시코시티 거주민들의 위기를 중산층 가족의 삶을 통해 표현한 흑백영화다. 

넷플릭스와 함께 제작한 코언 형제 감독의 영화 ‘카우보이의 노래’도 베니스영화제에서 각본상을 탔다. 코언 형제 감독은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잘 알려진 감독이다. 

넷플릭스는 유명 영화감독들과 함께 영화를 제작하는 등 유명 인사 모시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까지 영입하면서 발을 넓히고 있다. 세계적 톱 셀러브리티(유명 인사)를 끌어들인 것이다.

넷플릭스는 올해 5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와 함께 콘텐츠 제작에 협력하기로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콘텐츠 제작사 ‘하이어 그라운드 프로덕션’를 설립했다. 여기에서 쇼 프로그램, 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제작해 넷플릭스에 공급하기로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물론이고 직접 출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 넷플릭스가 제작하는 콘텐츠는 정치색이 강하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TV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2019년 5월에 공개된다. 

넷플릭스가 오바마 전 대통령의 TV쇼까지 공급하게 되면 명실공히 주류로 인정받는 수준을 넘어 그 중심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이 넷플릭스와 함께 만든 영화 ‘옥자’와 노아 바움백 감독의 ‘마이어로위츠 이야기’ 등 넷플릭스 영화 두 편을 경쟁부문에 올렸었다가 배제됐던 점을 살피면 1년 사이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한국에서는 별다른 반발없이 넷플릭스 영화가 업계에서 인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월4일부터 열흘 동안 열린 부산 국제영화제에는 넷플릭스 영화 3편이 초청됐다. 로마, 카우보이의 노래, 바람의 저편이다.

영화 로마는 12월14일에, 영화 카우보이의 노래는 11월16일에 극장가와 넷플릭스에서 동시에 개봉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