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의 가파른 가격 하락과 수요 둔화에 대응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설비 투자 규모를 대폭 축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도 낸드플래시에 들이는 투자 금액을 기존 계획보다 크게 줄일 가능성이 높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15일 "삼성전자는 최근 메모리반도체업황에 불확실성이 커지며 설비 투자에 제동을 걸고 있다"며 "공급 과잉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메모리반도체사업에서 대규모 선제 투자로 출하량을 대폭 늘려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뒤 경쟁사보다 가격을 낮게 매겨 시장 지배력을 넓히는 전략을 써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삼성전자가 신규 공장의 가동 시기를 늦추거나 공장을 지은 뒤에도 반도체 생산설비를 반입하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출하량 증가를 미루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황 연구원은 낸드플래시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반면 수요는 회복되지 않아 반도체사업 수익성이 나빠지자 삼성전자가 올해와 내년 설비 투자를 모두 축소해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1분기 56%에 이르던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사업 영업이익률은 3분기 45%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황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올해 메모리반도체설비 투자계획이 기존 23조 원에서 21조 원으로, 내년 투자계획이 25조 원에서 20조 원 수준으로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SK하이닉스 역시 메모리반도체업황 불안에 대응해 설비 투자를 계획보다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황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내년 설비 투자 규모는 약 20조 원으로 올해보다 소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며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올해보다 줄어든 16조~17조 원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바라봤다.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사업 영업이익률은 3분기에 10% 중반대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낸드플래시업황 악화에 경쟁사인 삼성전자보다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황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시설 투자 축소가 눈에 띄는 수준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원가 절감에 부담도 더욱 커지고 있어 출하량을 크게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