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일제히 3~4개의 카메라 모듈로 이루어진 '멀티 카메라'를 탑재한 새 스마트폰을 출시한다.
카메라 모듈 기술력에서 선두로 꼽히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 계열사와 협력 시너지를 앞세워 스마트폰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황정환 LG전자 MC사업본부 부사장.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최근 출시계획을 밝힌 멀티 카메라 스마트폰이 경쟁사 제품과 효과적으로 차이를 증명하는 데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11일 출시행사에서 선보인 '갤럭시A9'는 디스플레이와 프로세서 성능이 비교적 낮은 중급 스마트폰이지만 카메라 성능과 활용성이 역대 가장 뛰어난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갤럭시A9는 전면에 1개, 후면에 4개의 카메라 모듈을 탑재하고 있어 업계 최초로 '쿼드 카메라'를 상용화한 스마트폰이다.
2400만 화소의 고품질 카메라와 500만 화소의 심도 카메라는 사진의 초점을 조절해 체감 화질을 높일 수 있어 기존 스마트폰에 적용된 듀얼 카메라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이외에 멀리 있는 대상을 찍을 수 있는 2배 광학줌 카메라와 120도 광각 카메라가 추가됐다. 인물과 풍경 등 다양한 상황에 맞춰 가장 적합한 카메라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LG전자가 4일 출시행사에서 선보인 'V40씽큐'도 5개의 카메라 모듈을 사용하지만 전면에 2개, 후면에 3개의 '트리플 카메라'가 적용돼 있다는 차이가 있다.
V40은 후면에 고화질 카메라와 광각 카메라, 망원 카메라를 탑재했다. 전면에는 일반 카메라와 셀카봉 없이도 여러 사람이 동시에 사진을 찍기 편리한 광각 카메라가 탑재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스마트폰의 성능이 상향평준화되면서 프로세서와 디스플레이 등 성능에서 경쟁사와 차이를 벌리기가 사실상 어려워지자 카메라 신기술을 차별화 요소로 앞세우고 있다.
단순히 카메라의 성능을 높인 데 그치지 않고 멀티 카메라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더해 실제 활용성을 높였다는 점도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A9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카메라가 사진을 찍는 대상에 맞춰 자동으로 기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LG전자 V40씽큐는 세 개의 카메라 모듈을 조합해 연속 사진으로 저장해주는 등의 기능을 지원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스마트폰업계에서 멀티 카메라 기술을 앞서 채용한 것은 애플과 중국 스마트폰업체 사이 경쟁에서 기술 우위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전략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스마트폰시장 전성기에 고성능 스마트폰 기술력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인정받았지만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입지를 지켜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애플은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바탕으로 독보적 브랜드 가치를 만들었고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은 고성능 부품을 탑재했지만 가격을 낮춘 스마트폰으로 물량 공세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런 상황에서 해외 스마트폰 경쟁사에 앞세울 수 있는 강력한 장점은 스마트폰 부품 기술력이 앞선 전자업체들을 계열사로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 삼성전자 갤럭시A9에 탑재된 쿼드카메라(왼쪽)와 LG전자 V40씽큐의 트리플카메라.
특히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스마트폰 카메라분야에서 가장 독보적 업체로 평가받는 만큼 이들의 기술을 적극 채용한 멀티 카메라 스마트폰을 선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새 스마트폰을 통해 업계에서 가장 먼저 멀티 카메라를 상용화해 적용했다는 점에서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을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한국 스마트폰업체가 기술력에서 확실한 우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멀티 카메라에서 다시금 증명해 '명예회복'을 시도할 기회인 셈이다.
향후 스마트폰시장에서 멀티 카메라가 유행으로 자리잡으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선두기업으로 더욱 주목받을 수 있고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고객사 다변화를 통한 성장을 기대할 수도 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여러 개의 카메라 모듈 탑재가 스마트폰시장에서 중요한 변화로 자리잡게 되면서 멀티 카메라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화될 것"이라며 "애플과 중국 스마트폰업체들도 멀티 카메라를 적극 채용해 기능 강화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