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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칼날을 피할 수 있을까?
김 회장은 올해 두 차례 공정위의 관문을 넘어야 한다.
삼성그룹으로부터 삼성종합화학 인수에 따른 독과점 심사을 통과해야 하고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도 피해나가야 한다.
◆ 한화S&C, 내부거래 비중 50% 훌쩍 넘어
공정위는 지난 14일부터 대기업집단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본격 착수했다.
이는 개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 지난 1년 동안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된 데 따른 것이다.
계열사 지분 30% 또는 비상장 계열사 지분이 20%를 넘는 기업으로 내부거래 규모가 매출의 12% 이상이거나 200억 원 이상인 경우 규제 대상에 오른다.
공정위는 기업들이 법을 어겼다고 판단하면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총수 일가에게 과징금을 물린다. 공정위는 내부거래를 통해 수익을 올린 기업의 경우 3년 평균 매출의 5%까지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
기업들은 법안 시행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규제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왔다.
한화그룹에서 일감 몰아주기 제재 대상으로 주목되는 계열사는 한화S&C다.
이 회사는 2013년 기준으로 매출 4602억 원, 영업이익 202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내부 매출이 2545억 원으로 전체의 약 55%에 이른다.
일감 몰아주기 제재를 피하는 기업들은 총수 일가 지분을 낮추거나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조처를 취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현대글로비스 지분 일부를 팔아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해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한화S&C는 이 두 가지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한화S&C는 비상장 정보기술 서비스업체로 김 회장의 아들 3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영업담당실장(상무)이 50%, 김동원 한화 디지털팀장과 김동선 한화건설 매니저가 각각 25%씩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화S&C는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삼성SDS나 제일모직처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S&C의 지분을 당장 낮추기가 쉽지 않다 보니 한화그룹은 경쟁입찰 등을 통해 내부거래를 줄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S&C는 지난해부터 계열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자체사업 역량을 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한화S&C, 공정위 칼날 피할 묘수는?
한화그룹이 공정위 규제를 피하는 방법은 사업구조를 바꾸고 공정위 규제의 예외조항을 파고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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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관 한화큐셀 영업실장 |
공정위 규제 예외조항은 △주력상품 생산에 필요한 부품소재 등을 공급하고 구매하는 경우 △비용절감이나 품질개선 등 효율성 증대 효과가 있는 경우 △비계열사와 거래 때 기술개발이나 신사업 정보 등 비밀유지가 곤란한 경우다.
한화그룹은 한화S&C가 그룹 계열사의 IT인프라 구축 등 그룹의 보안과 밀접한 데이터를 다루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규제를 피하려고 한다.
한화그룹은 앞으로 한화S&C의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데도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들은 한화그룹이 한화S&C를 지주사인 한화와 합병해 김동관 상무 등 김승연 회장 아들의 경영권 승계를 지원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화그룹 지배구조는 지주사 한화가 한화생명, 한화케미칼, 한화건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김 회장은 한화의 지분 22.7%를 보유하고 있지만 김동관 상무 4.4%, 차남인 김동원 한화그룹 디지털 팀장과 삼남 김동선 한화건설 매니저는 각각 1.7% 소유에 그친다.
이 때문에 한화S&C와 한화의 합병을 추진하더라도 김 회장 세 아들의 지분률을 유지하려면 한화S&C의 몸집을 키워야 한다. 이는 또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의 경우 한화S&C 내부거래 비중을 현재 수준에서 10분의 1 이상 낮춰야 할 것으로 보여 이른 시일 안에 대응책을 내놓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정재찬, 공정위 총수 고발은 가급적 자제
공정위는 올해부터 1년에 연 2회에 걸쳐 기업들의 내부거래 실태를 점검한다. 개정된 법에 따른 기업에 대한 실제 제재는 오는 6월이나 7월경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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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
정재찬 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관련해 최근 대기업 총수에 대한 검찰 고발은 총수가 법 위반 사실을 알면서 구체적 사안에 대해 직접 지시한 명백한 증거가 있을 때에 한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사실상 총수에 대한 법적 처벌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공정위가 내부거래 실태점검에 나서더라도 총수가 내부거래 관련 법 위반을 직접 지시했다는 명백한 증거를 찾아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총수에 대한 법적 처벌과 별개로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