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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이 지난달 2일 경기도 화성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
이경수 회장이 이끄는 코스맥스는 화장품업계에서 '얼굴없는' 강자로 불린다. 코스맥스는 국내 1위이자 전 세계 3위 안에 드는 화장품원료 제조회사다.
코스맥스가 지난해 국내외에서 생산한 화장품만 2억3천만 개에 이른다. 이는 전 세계 인구 30명 가운데 1명이 코스맥스가 만든 제품을 쓰고 있다는 뜻이다.
코스맥스의 주요 고객사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국내 화장품회사뿐 아니라 로레알, 허벌라이프, 존슨앤드존슨, 메리케이 등이 글로벌 화장품회사까지 포함돼 있다.
코스맥스 협력사만 국내 150곳, 해외 50곳에 이른다. 코스맥스는 70여 국가에 화장품을 수출하고 있다.
“3년 안에 글로벌 화장품 ODM(제조업자 연구개발생산) 업계 1위로 도약하겠다. 2022년에 연매출 1조4천억 원 규모의 화장품 생산기업이 될 것이다.”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의 말이다.
이 회장은 7년 연속으로 매년 코스맥스 매출 20% 성장을 이끌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라면 2022년 현재의 4배 정도로 외형을 키워 세계 1위가 되겠다는 목표가 무리한 게 아니라고 말한다.
코스맥스의 성장 덕분에 이 회장이 보유한 코스맥스 주식 자산도 최근 6개월 동안 300억 원에서 1500억 원으로 크게 뛰었다.
◆ 코스맥스 고성장 비결
이 회장은 코스맥스가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로 세 가지를 꼽는다. 곧 속도 , 품질, 신시장이다.
이 회장은 ‘납기’를 최대한 신속하게 맞춰 고객사의 믿음을 샀다. 코스맥스는 2008년 물류컨설팅을 받고 2009년부터 안정적 물류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회장은 “당장 다음주 작업물량이 없더라도 고객사가 월요일까지 물량을 원하면 주말에 공장을 가동했다”며 “또 글로벌 화장품회사인 고객사의 까다로운 기준을 맞추다 보니 품질도 점점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연구개발(R&D)을 통해 코스맥스의 제품 품질을 꾸준히 높였다. 이 회장은 화장품 ODM업계 최초로 중국, 미국, 동남아 등의 신시장을 개척했다.
물론 이 세가지는 화장품원료를 만드는 제조회사로서 당연히 지켜야 하는 요소들이다. 그러나 이 세 가지를 지키기는 쉽지 않았다. 이 회장은 이를 모두 지켜 시너지를 발휘했고 코스맥스의 빠른 성장을 낳았다.
이 회장은 평소 기본을 강조한다. 그는 연구소의 여러 부서를 한 자리에 통합해 고객사가 방문했을 때 편리하게 만나볼 수 있도록 했다. 고객사들의 편의가 늘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ODM업체의 특성을 잘 알고 따랐던 것이다.
이 회장은 코스맥스의 화장품 공장 바닥을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도록 주문했다. 그는 ODM업체의 기본인 품질관리를 지키기 위해 애썼고 그래야 성장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은 직원들에게 “공장 바닥은 사람으로 치면 피부와 같다”며 “피부가 깨끗해야 그 인물이 돋보이고 병이 들지 않는 것처럼 공장질서의 시작은 공장 바닥이 깨끗한 데서 온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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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헌 코스맥스 향료R&I연구소장(맨오른쪽)이 지난해 7월 경기도 판교 코스맥스 본사 연구실에서 연구원들과 함께 향료 향을 테스트하고 있다. |
◆ 한국 화장품의 경쟁력을 자신하다
이 회장은 화장품 한류열풍이 일어나기 전인 2010년 초반부터 한국 화장품의 경쟁력을 유독 강조했다.
이 회장은 창업 초기부터 국내 화장품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다. 이 회장은 지금도 1년에 8할 이상을 해외시장을 다니면서 국내 화장품을 알리는 데 주력한다.
이 회장은 당시 “한국 화장품이 5년 뒤 세계 최고의 명품이 될 것”이라며 “과거 유럽산 제품 일색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던 일본의 시세이도처럼 한국 화장품이 세계시장을 점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가 한국 화장품의 성공을 자신한 것은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그만큼 까다롭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한국 소비자들은 프랑스나 중국과 달리 밤에 바르는 제품만 일곱 개가 넘는다”며 “그래서 화장품 기술이 발전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이는 한류라는 유행을 뛰어넘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47세 늦깎이로 창업해 성공했다. 그는 서울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제약회사에서 14년, 광고회사 오리콤에서 6년을 월급쟁이 생활을 한 뒤 코스맥스를 세웠다.
그는 화장품 제조분야에 일가견이 있던 인물도 아니었다. 이 회장은 전공인 제약회사를 창업하기에 너무나 많은 돈과 시간이 들 것으로 보고 화장품 제조분야를 선택했다.
이 회장은 화장품에 눈을 돌릴 당시 국내 화장품 ODM업계에 한국콜마만이 막 규모를 갖추기 시작한 때였다.
이 회장은 화장품원료 제조기술을 배우기 위해 일본 화장품 ODM업체인 ‘미로토’를 찾아갔다. 그런데 미로토는 코스맥스가 연구소를 짓는 데 반대하고 기술 종속관계를 유지하려 했다.
이 회장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1994년 자체적으로 첫 제품을 생산했다. 이 제품은 나드리화장품에 ‘이노센트 트윈케이크’라는 이름으로 처음 납품됐다.
이 회장은 “지금 보면 대단할 것 없는 제품이었는데 처음 샘플을 받아봤을 때 코끝이 찡했다”고 말했다.
◆ 발상의 전환 “중국은 또 다른 내수시장”
코스맥스는 올해 중국시장 진출을 시작으로 세계로 나긴지 10년째 됐다. 코스맥스는 화장품ODM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중국시장에 발을 들였다. 이 덕분에 한국콜마 등 경쟁업체들보다 앞서가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10년 전 중국시장을 조사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중국여성들이 화장을 전혀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중국 여성들이 화장을 시작하면 중국 화장품시장이 어마어마해질 것이라는 점을 발견하고 기뻤다.
코스맥스는 2004년 중국에 코스맥스 상하이법인을 세우고 현지화 전략을 추진했다. 2011년 코스맥스 상하이 공장을 증설하고 2013년 광저우에 제2공장을 설립했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코스맥스는 중국부문이 설비증설에다 광저우 기여도가 확대되면서 올해 매출이 전년보다 49%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회장은 중국 외곽이 아니라 상하이라는 도심지역에 공장을 세우고 중국 현지기업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전략을 펼쳤다. 이는 그뒤 코스맥스가 경쟁우위에 설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코스맥스는 결과적으로 중국 내수시장을 중국 현지기업보다 먼저 잡았다.
현재 코스맥스 중국법인인 코스맥스차이나의 매출 가운데 80% 이상은 현지기업들로부터 나온다. 코스맥스 차이나는 2013년 821억 원의 매출을 올려 2012년에 비해 40% 이상 성장했다.
이 회장은 “다른 경쟁사들은 중국을 생산기지로만 봤지만 코스맥스는 잠재적 내수시장으로 보고 현지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코스맥스차이나는 설립 이후 9년 동안 매년 40~50%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올해 중국시장에서만 1800억 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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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맨 오른쪽)이 지난달 27일 미국 오하이오주 솔론시 공장 준공식에서 수잔 드러커 솔론시 시장을 포함한 정부인사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
◆ 미국에서 제2의 창업, 중국처럼 성공할까
이 회장이 추진한 코스맥스의 중국전략은 국내 화장품업계뿐 아니라 글로벌기업을 꿈꾸는 회사들의 성공사례로 통한다. 이 회장은 이를 발판으로 삼아 세계 곳곳에서 제2의 창업을 시작했다.
코스맥스는 2013년 로레알로부터 미국과 인도네시아 공장을 차례로 인수했다. 당시 매출 3천억 원대 회사가 매출 30조 공룡기업의 공장을 사들여 업계를 놀라게 했다.
코스맥스는 지난달 27일 미국 오하이오주 솔론에 공장 문을 열었다. 연면적 3만㎡(약 9천 평) 규모의 공장에서 연간 1억 개의 화장품 생산이 가능해졌다. 코스맥스는 이를 위해 미국 뉴저지주에 별도의 연구소와 미국법인도 세웠다.
이밖에도 코스맥스는 유럽, 동남아시아, 남미 등 신규국가 진출을 모색하면서 수출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코스맥스가 국내 화장품 ODM업체로 처음으로 인도네시아와 미국 등 해외에 직접 진출한 것은 의미가 크다”며 “지금까지 축적한 연구개발 노하우를 세계에 확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맥스는 미국공장을 통해 국내 중소기업 수출에 교두보 역할도 수행하려고 한다. 미국공장에서 처음 가동한 제품은 미용벤처기업 ‘미미박스’가 주문한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맥스는 지난해 4월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했다. 전문성을 갖추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코스맥스는 국내외 화장품 ODM사업을 총괄하는 코스맥스와 화장품ODM 사업을 제외한 신규사업을 맡고 자회사를 관리하는 지주회사 격인 코스맥스비티아이(BTI)로 나눠졌다.
코스맥스는 지난해 매출 3884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23.3%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286억 원으로 전년보다 10.1% 감소했다.
코스맥스는 영업이익이 줄어든 이유에 대해 기업분할 지급수수료와 미국과 인도네시아의 초기손실(65억 원)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2007년 코스맥스바이오(옛 일진제약)를 인수해 건강기능식품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코스맥스바이오는 인수한 지 5년 만인 2012년 흑자전환에 성공해 건강기능식품 ODM업체 1위에 올랐다.
이 회장은 “2017년 화장품 ODM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오르고 건강기능 제약부문에서도 성과를 내 코스맥스를 헬스케어분야에서 100년 이상 가는 히든챔피언으로 키워낼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