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차기 최고경영자(CEO)가 내정되기까지 KT 안팎에서는 유독 우여곡절이 끊이질 않았다. 전임 CEO에 대한 정치권의 사퇴 압박, 사임 거부, 검찰 조사, 임기중 사임이라는 공식이 거의 1년여에 걸쳐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석채 사임부터 황창규 내정까지 KT의 3개월  
▲ 이석채 전 KT 회장
전임 CEO인 이석채 회장의 사임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올해 초부터 예견됐다. 새로운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인물들을 언제쯤 물갈이할 지 시금석 역할을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1월부터 이 회장의 사임설에 더해 몇몇 인물의 하마평이 매달 꾸준히 나돌았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월 베트남을 공식 방문할 당시 경제사절단 명단에 이석채 KT 회장과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나란히 빠져있자 관련 업계와 언론계 안팎에서는 기어코 올 게 왔다는 식의 뒷말이 무성했다. 한편에서는 이 회장의 퇴임을 몇월이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때를 적시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그동안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와 KT 새노조는 이석채 회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청와대 등 정치권의 압력과 별개로 KT 안팎에서 전방위 압박이 이뤄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이 회장의 방패막이 인사들 덕분에 이 회장이 버틴다는 추측마저 나왔다. 방패막이 인사란 이명박 정부 당시 대거 영입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관련 인사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압박을 감내하던 이석채 회장에게 결정적 한방을 안긴 것은 결국 검찰이었다. 청와대의 사임 언질이 있었다는 소문을 뒤로 한 채 아프리카 출장에 나섰던 이 회장은 귀국 직후 곧바로 사표를 제출했다. 검찰이 KT 및 임직원의 자택, 그리고 이 회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초강경 수를 보이자 백기를 들고 만 것이다.

  이석채 사임부터 황창규 내정까지 KT의 3개월  
▲ 황창규 KT 최고경영자 내정자
KT 관계자는 정부에 대항할 수 있어도 정권에 대항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느냐, 결국 청와대의 강도 높은 압박에 이 회장이 무릎을 꿇었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최고경영자의 윤곽이 드러난 것은 한달이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 12월 들어 KT CEO추천위원회가 열려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 권오철 SK하이닉스 고문, 김동수 전 정보통신부 차관, 임주환 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장 등 4명의 후보군이 세워졌다.

몇차례 진통을 거듭하던 KT CEO추천위원회는 결국 16일 회의에서 최종 내정자로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을 선정했다.

황 내정자는 오는 2014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을 경우 CEO로 공식 선임 절차를 마무리하게 된다. 그의 임기는 일단 3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