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최근 주주총회에서 해외사업을 강화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국내시장의 성장성이 둔화되고 각종 규제가 강화되면서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었던 롯데가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신동빈이 롯데 해외사업 확대를 주문한 이유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헌 롯데쇼핑 사장은 지난 21일 주주총회에서 해외사업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신 사장은 “백화점, 마트, 슈퍼, 시네마 각 사업부문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구축하고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을 중심으로 해외사업 역량 강화와 지속적인 신규 출점을 통해 기업가치 향상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신 사장은 “국내외 경기 불안 요소로 인해 긍정적 경영환경을 전망할 수는 없다”면서도 “위기를 기회로 삼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효율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열린 롯데제과 주총에서도 해외사업 강화가 화두였다. 김용수 롯데제과 사장은 주총에서 “올해 새로운 수익모델 개발과 적극적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미래 성장기반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사업성과와 관련해 “전 세계적 경기침체와 국내 제과시장의 경쟁심화, 강화된 각종 규제 및 급변하는 유통환경 등으로 어려움이 많았다”면서도 “하지만 롯데제과는 국내 제과업계 1위의 위치를 더욱 굳건히 유지했고 해외사업에서도 카자흐스탄에 새롭게 진출하는 등 글로벌 제과업체로 도약하기 위해 박차를 가했다”고 평가했다.

이렇게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일제히 해외사업 확대를 강조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내수 침체가 장기화 되는 데다 정부의 규제까지 매서워지면서 국내시장에서 사업 확장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더해 롯데쇼핑이 지난해 세무조사를 받으면서 홍역을 치르자 정부의 감시를 피하고 싶은 마음도 반영된 것처럼 보인다. 국내에서 몸을 사리는 처지가 된 것이다.

롯데그룹이 이번 주총 시즌에서 주요 계열사의 사외이사를 권력기관 출신 인사로 대폭 보완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롯데푸드, 롯데하이마트 등 주요 계열사들은 사외이사로 검찰, 법원, 정부, 국세청, 식약청 출신 인사를 선임했다. 롯데그룹의 권력형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 정부 또는 사정기관의 처벌과 법적 소송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또 신동빈 회장이 막대한 금액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해외사업에 대해 흑자를 내게 할 것을 강하게 지시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롯데쇼핑은 지난 1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중국사업부문장에 각각 강희태 부사장과 김종인 전무를 선임했다. 롯데백화점 중국사업부문장의 경우 그동안 전무급 인사를 선임해 왔는데 이번에 직급을 높여 부사장을 선임했다.

롯데마트 중국사업부문장에 선임된 김 전무는 중국 진출 초기 업무를 지휘하면서 사내 중국전문가로 통하는 인물이다. 중국시장은 해외사업 부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 만큼 믿을만한 수장으로 교체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그룹 고위층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롯데제과의 해외사업 강화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승계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한국 롯데가 진출해있는 동남아시아 시장에 일본 롯데가 제과사업을 확장하면서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부회장이  해외시장에서 경쟁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해 7월 신동주 부회장은 태국 초콜릿과자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일본에서 태어난 롯데과자를 해외로 진출시키는 것이 일본 롯데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신 부회장이 의도적으로 일본롯데와 한국롯데가 해외진출 시 철저히 지역을 나눠 왔던 분업의 룰을 깨뜨렸다는 말도 나왔다. 이에 맞서 롯데제과는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등 신시장 선점에 나서면서 일본 롯데와 격차를 벌리고 있는 모습이다.

롯데쇼핑은 신 회장과 신 회장의 누나 신영자 사장 등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고 롯데제과는 신 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