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온라인 통합법인 '쓱닷컴(SSG.COM)'을 세워 '아마존'을 따라가겠다고 나섰지만 난관에 부딪혔다.
정 부회장이 온라인 통합법인에 투자를 받는 작업은 본궤도에 오른 것으로 보이지만 사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온라인센터 건립은 지지부진하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이 온라인 통합법인을 올해 안에 출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뒤 신세계I&C의 성장 기대감이 높다.
신세계I&C 주가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8만 원대 초반이었지만 현재 14만 원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신세계I&C는 신세계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정보통신기술 기기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신세계그룹 상장 계열사 가운데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그룹 온라인사업과 관련해 시장의 기대를 가늠하는 잣대로 여겨지며 부각되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올해 1월26일 이커머스(전자상거래)사업에 1조 원 이상 유치하겠다며 외국계 투자운용사 어피너티와 BRV캐피털매니지먼트로부터 대규모 투자 유치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하자 신세계I&C 주가는 수직 상승했다.
신세계그룹은 현재 이마트와 신세계로 나뉘어 있는 온라인사업부를 통합하고 이커머스사업을 전담하는 독립법인 ‘쓱닷컴’을 올해 안에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신세계는 13일부터 14일까지 국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기업설명회에서 “온라인 통합법인 설립계획을 올해 안에 구체화해 절차를 확정지을 것”이라고 설립 추진을 재확인했다.
정용진 부회장이 쓱닷컴의 출범을 위해 외국계 투자운용사로부터 1조 원가량의 자금을 유치하는 데 진전을 이루면서 연내 출범계획을 가시화하겠다고 신세계가 공식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올해 안에 쓱닷컴을 독립법인으로 출범한다 해도 애초 계획과 다르게 ‘알맹이’가 빠진 반쪽짜리일 수도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8월27일 하남 온라인센터 건립과 관련해 주민 간담회를 진행했지만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설명조차 하지 못한 채 나왔다”며 “현재 추가적으로 주민 간담회를 진행할 계획이 잡혀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하남 온라인센터가 단순 물류센터가 아닌 최첨단 온라인센터에 물류센터가 포함되는 것이라며 설득에 나섰지만 여전히 주민들의 완강한 반대가 이어지고 있다.
정 부회장에게 하남 온라인센터 없는 쓱닷컴은 반쪽짜리일 수밖에 없다.
그는 올해 3월28일 열린 ‘신세계그룹&파트너사 채용박람회’에서 “투자받은 1조 원대 자금을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짓는 데 모두 쓸 것”이라며 “하남 온라인센터는 별도법인으로 분사할 예정인 쓱닷컴의 심장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남 온라인센터를 쓱닷컴의 본사 사옥으로 삼아 ‘물류 자동화 로봇’, ‘자율주행 카트’ 등을 주로 연구하고 개발하는 연구개발의 산실로 삼겠다는 청사진을 그려뒀다.
특히 사물인터넷, 자동화기술 등을 유통업계에 접목해 경쟁사보다 앞서서 4차산업혁명의 흐름에 앞서겠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하남의 지리적 이점도 정 부회장으로서는 놓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마트몰의 당일 배송 서비스는 현재 수도권에서도 강동권역에서 이뤄지기가 어려운데 하남에 온라인센터가 설립되면 이런 지역에도 당일 배송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다.
신세계 관계자는 "전체 인구의 50%가량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하남은 물류적 측면에서 장점도 있지만 ‘물류 자동화 로봇’, ‘자율주행 카트’ 등 기술 개발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이 “아마존 출신 임원과 물류 전문가를 통해 아마존의 물류체계를 파악했고 이를 토대로 신세계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며 “세상에 없던, 아마존을 능가하는 최첨단 온라인센터를 하남에 짓겠다”고 야심차게 발표했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현재 신세계그룹은 하남 온라인센터 건립 계획을 제쳐둔 채 쓱닷컴을 올해 안에 설립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둔 것으로 파악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하남 온라인센터 건립과 쓱닷컴의 출범은 별개로 봐야 한다”며 "쓱닷컴의 설립은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