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쿠전자 리홈쿠첸, 중국 전기밥솥시장 어떻게 평정할까  
▲ 구본학 쿠쿠전자 사장(왼쪽)과 이대희 리홈쿠첸 대표

국내 전기밥솥의 강자인 쿠쿠전자와 리홈쿠첸이 중국시장에 온힘을 쏟고 있다. 두 업체는 현재 국내 전기밥솥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라이벌이다.

쿠쿠전자와 리홈쿠첸이 중국으로 가는 까닭은 국내 전기밥솥시장의 성장세가 크게 둔화했기 때문이다. 저출산과 1인가족 증가 등으로 국내시장은 수년째 성장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인구가 많고 한국산 가전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 밥솥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쿠쿠전자와 리홈쿠첸은 중국 소비자들을 겨냥한 특화제품을 내세우고 중국 유통망을 강화하며 중국 밥솥시장을 노리고 있다.

◆ 요우커 잡기 나선 쿠쿠전자와 리홈쿠첸

15일 국내 가전업계에 따르면 쿠쿠전자와 리홈쿠첸이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 연휴를 앞두고 요우커(중국 관광객)를 잡기 위한 맞춤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밥솥업계 1위인 쿠쿠전자는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매장에 중국어 패널이 적용된 모델을 집중배치한다. 전기압력밥솥 모든 모델에 중국어 설명서가 동봉된다.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13일부터 28일까지 자사 광고모델인 이승기의 캘린더를 선물로 증정한다. 제품 구매 시 패킹과 스테인리스 냄비 3종 세트 등 사은품을 주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리홈쿠첸도 중국인 관광객 잡기에 뛰어들었다.

리홈쿠첸은 최대 매출처인 면세점에 중국어로 된 광고물을 설치한다.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붉은색과 금색이 적용된 모델을 전면에 내세우려 한다. 이들 제품은 중국어 음성안내 기능을 장착하고 있다.

이밖에 중국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국산 화장품 등을 사은품으로 증정하는 이벤트도 준비하고 있다.

쿠쿠전자와 리홈쿠첸 모두 우수한 사후지원 서비스(A/S)를 장점으로 내세운다. 두 업체 모두 중국 주요 도시에 AS망을 구축했다. 국내에서 구입한 전기밥솥도 중국에서 똑같이 AS를 받을 수 있다.

이번 춘절 연휴는 오는 18일부터 24일까지 일주일 동안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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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쿠전자는 지난해 9월 중국 상하이에 쿠쿠전자 중국 브랜드숍 11호점을 열었다. <쿠쿠전자>

◆ 성장 정체된 한국시장, 답은 중국에 있다


쿠쿠전자와 리홈쿠첸이 중국 소비자에 공을 들이는 까닭은 국내 전기밥솥 시장의 성장세가 꺾였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기밥솥 시장규모는 최근 몇년 동안 연간 6천억 원 수준에 머물러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주 소비층인 4~5인 가구가 줄어드는 반면, 1인 가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집밥’을 먹는 인구가 정체되거나 감소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4~5인 가구의 비중은 1990년 58.2%에서 2010년 30.6%로 줄었다. 이 기간에 1~2인 가구 비율은 22.8%에서 48.2%로 크게 늘었다.

국내 전기밥솥 시장은 쿠쿠전자와 리홈쿠첸 두 업체가 과점하고 있다. 쿠쿠전자가 68%의 점유율로 독보적 1위를 지키고 있고 리홈쿠첸이 32%를 차지하며 그 뒤를 잇고 있다.

반면 중국 전기밥솥 시장은 연평균 두 자릿수대의 고성장이 예상될 정도로 전망이 밝다.

13억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은 세계 최대의 전기밥솥시장이다. 2009년 1조4천억 원 정도였던 중국 전기밥솥 시장은 2013년 약 2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2013년 기준 중국 내 전기밥솥 업체는 650개에 이르고 생산량은 2억 대를 넘겼다.

◆ 쿠쿠전자, 투트랙 전략으로 중국시장 공략

쿠쿠전자는 보급형 일반 전기밥솥부터 고가모델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출시해 중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쿠쿠전자의 주력제품은 프리미엄제품인 IH(Induction Heating)압력밥솥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쿠쿠전자의 전체 전기밥솥 판매량중 IH압력밥솥 비중은 76%에 이른다.

IH압력밥솥은 전자기 유도현상을 이용해 밭솥의 내통 자체를 직접 발열하는 통가열 방식의 제품이다. 밑바닥만을 가열하는 열판식 제품에 비해 밥맛이 좋지만 비싸다. 열판압력밥솥이 평균 10~15만 원대인 반면 IH압력밥솥은 30만 원 이상 제품이 주를 이룬다.

중국 전기밥솥시장에서 프리미엄 밥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 중국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Taobao)와 티몰에서 판매중인 전기밥솥의 약 90%가 1000위안(약 17만 원) 대 제품이다.

하지만 한류 영향으로 한국제품을 찾는 중국 소비자가 늘면서 쿠쿠전자의 프리미엄 제품 매출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프리미엄 전기밥솥 시장은 연평균 12%씩 성장해 2018년 4조 원, 2023년 6조 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며 “밥솥의 경우 무엇보다 밥맛과 안정성이 중요해 검증된 기술력과 브랜드력을 갖춘 국내 업체들이 중국 밥솥시장 성장의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쿠쿠전자는 2003년 중국 청도에 ‘청도복고전자’라는 이름의 생산법인을 설립하고 이곳에서 일반 밥솥을 생산하고 있다. 청도공장은 연 36만 대의 전기압력밥솥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는 중국 현지업체와 가격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것이다. 메이디와 수퍼, 갈란즈, 포보스, 트라이앵글 등 5개 중국업체들은 2013년 기준으로 시장점유율 41%를 차지하고 있다.

쿠쿠전자는 중국 유통망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쿠쿠전자는 현재 800여개 현지 매장에 입점해 있고 11개 쿠쿠 브랜드숍과 24개 AS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쿠쿠전자는 2016년까지 9개의 브랜드숍을 추가로 열어 총 20개의 직영매장을 확보하기로 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쿠쿠전자의 전기밥솥사업은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올해 양호한 성장세가 예상된다”며 “면세점과 수출, 현지법인 매추을 포함한 중국 매출은 지난해 600억 원에서 올해 33% 증가한 8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쿠쿠전자 리홈쿠첸, 중국 전기밥솥시장 어떻게 평정할까  
▲ 중국 바이어들이 지난해 10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제 116회 중국 추계 수출입상품교역회(캔톤페어)'에서 리홈쿠첸의 프리미엄 밥솥 '트로이'를 살펴보고 있다. 캔톤페어는 중국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의 종합무역박람회다. <리홈쿠첸>

◆ 리홈쿠첸, 프리미엄에 집중해 브랜드 가치 높인다


리홈쿠첸은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산 전기밥솥을 ‘명품’으로 인식한다는 점을 고려해 프리미엄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리홈쿠첸은 지난달 국내 최초로 5인치 스마트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신형 IH압력밥솥인 ‘탑(TOP)’을 출시했다. 별도의 조작키없이 간단한 터치만으로 작동이 가능한 이 제품의 가격은 79만9천 원이다.

리홈쿠첸은 쿠쿠전자보다 앞서 ‘스마트 밥솥’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2013년과 지난해 각각 NFC(근거리 통신기술)와 와이파이 기능을 탑재한 신제품을 내놨는데 이는 모두 국내 최초였다.

리홈쿠첸이 프리미엄전략에 집중하는 것은 중국 내 브랜드 인지도를 빠르게 올리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리홈쿠첸은 2012년 7월 심양한성우무역유한공사와 북경융신순통과기유한공사 등 중국 최대 총판대리상 두 곳과 계약을 맺고 중국시장에 진출했다. 2003년 현지법인을 신설하며 중국에 진출한 쿠쿠전자보다 다소 늦게 뛰어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시장에서 리홈쿠첸의 브랜드 인지도는 쿠쿠전자보다 낮은 편”이라며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브랜드 가치를 높인 뒤 중국 내 보급형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점쳐진다”고 말했다.

리홈쿠첸도 쿠쿠전자처럼 중국 유통채널 확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리홈쿠첸은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총 227개 중국 가전전문 매장에 입점했다. 점포는 쿠쿠전자보다 적다. 직영 AS센터도 5곳으로 쿠쿠전자의 5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중국 최고 가전업체인 메이디그룹과 온라인 총판대리상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9월 리콰이와 입점계약을 맺으면서 유통망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리콰이는 중국 프리미엄 주방용품 전문점으로 100여개 수입 브랜드의 주방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리홈쿠첸은 중국 내 320여개 리콰이 매장에 순차적으로 입점하기로 했다.

이밖에 중국 3대 홈쇼핑 채널로 꼽히는 UGO에도 진출했고 T몰과 징둥몰 등 온라인 쇼핑몰에도 입점했다.

윤혁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홈쿠첸의 지난해 중국 매출은 약 65억 원으로 전망된다”며 “올해부터 중국수출이 본격적으로 증가해 지난해보다 두배 이상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