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노조의 반발과 정부 규제가 여전하지만 한국에서도 승차공유 서비스가 자리 잡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이사.
16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하반기 안에 기존 택시와 비슷한 요금의 승차공유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추석 연휴를 앞뒤로 승차공유 서비스의 핵심인 차량과 운전자를 모집할 계획을 세웠다.
4월 유료 호출 서비스를 내놓은 지 나흘만에 서비스를 철수했는데 출시 일정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가 하반기에 승차공유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현행법상 승차공유가 ‘불법’으로 규제받기 때문이다. 여객운수사업법상 승용차의 유상운송은 금지돼있다.
앞서 승차공유업계 1위 풀러스는 이 법의 맹점을 활용해 묘책을 내놨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풀러스는 ‘출퇴근 시간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는 여객운수사업법의 규정에 착안해 출퇴근 시간에만 승차공유 서비스를 운영했지만 택시업계의 반발에 부딪치면서 서울시의 제재를 받게 됐다.
택시업계가 승차공유 서비스를 두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카카오모빌리티가 넘어야 할 난제다.
대통령 직속의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2017년부터 승차공유 서비스와 관련해 논의하기 위해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택시노조는 승차공유 서비스에 반발해 어떤 논의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택시노조는 이르면 9월 또는 늦어도 10월 중 대규모 집회도 예고하고 있다. 카풀을 금지하는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대규모 시위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나 SK 등 국내 대기업도 승차공유 서비스 규제가 풀릴 기미가 안보이자 카카오모빌리티 대신 우버 등 해외 승차공유 회사나 자체 서비스에만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카카오모빌리티는 해외에서 이미 승차공유 서비스가 대세가 된 만큼 한국에서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를 품고 있다.
세계 1위 승차공유회사인 ‘우버’는 미국에서 시작해 세계로 서비스를 뻗어나가면서 최근 기업가치가 약 76조 원(68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위 회사인 리프트도 만만치 않은 몸집을 자랑한다. 중국에서는 ‘디디추싱’, 싱가포르의 ‘그랩’ 등 승차공유회사의 기세도 매섭다.
이재호 카카오모빌리티 디지털경제연구소장은 13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착한 성장, 좋은 일자리 글로벌 포럼’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특정 시간대 고객이 몰리는 택시업계의 고충을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택시를 탈 수 있는 서비스가 보편화되면 자동차를 직접 소유해야 하는 이유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승차공유 서비스를 준비한 것은 꽤 오래 전부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월 승차공유 2위 회사인 ‘럭시’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승차공유 서비스에 뛰어들 것을 예고했다.
4월 우선 1천 원의 이용료를 내면 목적지를 노출하지 않고 택시를 부를 수 있는 유료 호출 서비스 ‘스마트호출’을 선보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택시 기사들이 목적지를 공개하지 않는 대신 포인트를 받는 이 서비스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면서 결국 서비스를 중단했다.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이사는 3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승차공유 서비스를 내놓기 위한 충분한 수요와 기술적 측면을 모두 갖추고 있다"며 "다만 아무리 기술적으로 잘 만든다고 해도 사회적 합의가 먼저라고 생각하고 사회와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의 유력한 새 성장동력으로 꼽히고 있어 정 대표의 마음이 다급할 수밖에 없다. 카카오는 마땅한 현금 창출원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수익성이 뒷걸음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조 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영업이익률은 8.4%에 그쳤다. 올해는 5%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네이버가 2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욱 크다. [비즈니스포스트 서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