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진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편법 인사 의혹’을 놓고 국회 전문위원 임기를 마친 뒤 법관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의견 교감을 받고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2009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에서 법사위 전문위원을 외부직으로 뽑는다며 제 의향을 물었고 전문위원 임기를 마친 뒤 다시 채용하는 절차를 거쳐 법관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의견 교감을 받고 국회로 갔다”고 밝혔다.
▲ 이영진 헌법재판관 후보자.
이 후보자는 2009년 수원지법 부장판사 시절 법관직을 그만두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임명돼 국회의원들의 입법 활동을 돕다가 2011년 임기를 마치고 곧바로 법관으로 재임용돼 사법연수원 교수로 복귀했다.
이를 두고 현직 법관 신분을 유지한 채 전문위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는 점을 우회적 방법으로 피해간 편법 인사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 후보자는 사형제도에 관해서는 오판 가능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선고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사형제가 현행 형사소송법에 규정돼 있고 극악무도한 흉악범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오판의 가능성과 국제적 관계에 따른 정치적 이해관계 등이 작용할 수 있어 신중하게 선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형 집행을 놓고는 “사형 집행이 법원의 선고대로 행해지지 않는 부분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제적 관계 측면 등을 고려해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부분에 관해 의견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동생애와 동성혼, 낙태죄 문제를 놓고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후보자는 동성애와 동성혼에 관해 “동성애는 개인적 기호의 문제이지만 전통적 생활과 문화 방식과는 맞지 않는 부분도 있어 국민 다수의 의견과 성소수자가 받는 고통의 정도를 고려해 법이 보장할 수 있는 부분을 판단해야 한다”며 “동성혼은 결혼제도와 가족제도 관련 법규정을 바꿔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인정 여부를 놓고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낙태죄를 놓고는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이 충돌하는 문제로 외국입법 사례 등을 참조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후보자는 도덕적으로 논란이 된 부분이 없었던 만큼 청문회는 정책질의 위주로 이어졌지만 판사로서 내린 판결을 두고 일부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2015년 판결한 대형 생명보험사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건을 언급하며 “판결문을 보면 보험계약자가 보험사의 의도까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약관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이는 국민의 기본 상식과 동떨어진 것”이라며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대기업 편에서 판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판결 당시에는 증거와 자료에 근거해 성심을 다해 판결했다고 생각했는데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것을 보고 ‘판결에 잘못된 점이 있었구나’, ‘(대법원의 판단 같은) 그런 취지로 판결해야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충남 홍성 출신으로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해 제3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3년 법관 임용 뒤 전주지방법원, 수원지방법원 등에서 부장판사를 지냈고 2009년 판사를 그만두고 국회 법사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일했다. 전문위원 임기를 마친 뒤 법관으로 복귀해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