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외부 악재로 하반기 실적을 장담하기 어렵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일본에서 자연재해가 잇따르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가 3년 만에 다시 확산되면서 저비용항공사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일본 자연재해에 메르스 겹쳐 '시름'

▲ (왼쪽부터)이석주 제주항공 대표이사 사장, 최정호 진에어 대표이사 사장,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이사 사장.


저비용항공사의 올해 상반기 전체 여객 매출에서 일본 노선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티웨이항공 31.5%, 제주항공 28.4%, 진에어 24%,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일본에서 지진과 태풍 등 자연재해가 잇달아 발생한 데 따라 저비용항공사가 실적에 직접적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장거리 노선 위주로 공급을 확대하고 있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와 달리 저비용항공사의 노선은 중국, 일본, 동남아 등 단거리 노선에 집중돼있다. 

특히 티웨이항공은 국내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가장 많은 일본 노선(9개 도시, 17개)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실적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15개, 진에어는 9개의 일본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8월27일에도 대구와 일본 구마모토 노선을 11월에 신규 취항한다고 밝히는 등 일본 노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황현준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11일 “우리나라 해외여행 수요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본 여행 수요가 지진, 홍수, 폭염 등의 영향으로 위축되면서 하반기 내국인 출국자 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하반기 내내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단거리 노선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본 노선 여객량은 최근 태풍 제비와 삿포로 지진으로 당분간 둔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일본 노선 매출 비중이 높은 저비용항공사가 실적에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르스 확진을 받은 한국인 환자가 3년 만에 나온 것도 저비용항공사 실적에 먹구름이 끼게 할 만한 요인이다. 저비용항공사가 메르스의 진원지인 중동 지역 노선을 운행하고 있지 않아 직접적 타격은 없지만 항공 수요 자체가 둔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르스 등 전염병이 유행하면 항공 수요가 위축되기 쉽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항공기, 공항 등을 기피하는 심리가 사회적으로 확산되기 때문이다. 특히 9월 말에 시작되는 추석 연휴 직전에 터진 악재라 저비용항공사들은 메르스의 확산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외국 여행객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수요(인바운드 수요)가 감소하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메르스가 창궐했던 2015년 7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승객은 2014년 7월보다 53.5% 감소했다. 전체 국제선 여객 수요도 2014년 7월보다 15.1% 하락했다. 

저비용항공사는 일본 자연재해와 메르스 공포가 아직까지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위험 요소가 있는 것은 맞지만 구체적으로 실적 하락으로 이어질 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일본 공항 폐쇄로 취소된 항공편을 제외하면 아직 일본 노선 예매율이 감소하는 등 구체적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메르스 공포 역시 아직 메르스 때문에 여행을 기피하는 수준까지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베스트증권에 따르면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은 3분기에 각각 영업이익 348억 원, 276억 원, 237억 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3.9%, 12.3%, 8.6% 감소하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