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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
원기찬 사장이 삼성카드를 맡은지 올해 2년차를 맞는다.
원 사장은 올해 그동안 이식해온 ‘삼성전자 DNA’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려고 한다.
원 사장은 삼성전자의 인사분야에만 30년 동안 일해 온 ‘인사통’이다. 그런 그가 2013년 말 정기인사에서 삼성카드 사장에 임명되자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원 사장은 “고객에게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본질적 차원에서 전자와 카드업은 큰 차이가 없다”고 일축했다.
원 사장은 지난 1년 동안 인사통답게 외부 전문가들을 삼성카드로 영입해 경쟁력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또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외에도 삼성전자와 협업체계를 구축하는 데도 힘썼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실적이 급증했다. 원 사장은 카드업계 출신이 아니라는 불안을 말끔하게 씻어냈다.
원 사장은 2017년 신한카드를 제치고 업계 1위로 삼성카드를 올려놓으려고 한다. 원 사장에게 올해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본게임을 시작하는 해다.
◆ 원기찬에게 2015년 삼성카드는?
원 사장은 올해 초 삼성카드 사원들과 연 간담회 자리에서 “2015년은 카드업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도약의 해가 될 것”이라며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교한 타깃 마케팅과 다른 기업과 협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원 사장은 약 950만 명인 삼성카드 고객들의 각종 거래내역에 기초한 빅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려 한다. 그는 지난해 5월부터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시중인 CLO(Card Linked Offer)서비스를 올해 플랫폼사업으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CLO서비스는 고객이 삼성카드가 제공하는 할인 등 여러 혜택 가운데 원하는 것을 미리 선택하면 나중에 가맹점에서 쿠폰을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그것이 상품구매에 자동으로 반영되도록 서비스하는 것을 말한다. 고객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로 구매내역을 확인할 수도 있다.
삼성카드는 지금까지 CLO서비스 정보를 가맹점에 모두 수작업으로 제공했다. 올해 CLO서비스에 맞춘 플랫폼을 만들어 가맹점도 자동으로 관련 정보를 받을 수 있게 하려고 한다. 삼성카드 가맹점은 이 플랫폼을 통해 고객에게 더욱 세부적 맞춤 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
원 사장은 간편결제서비스를 확대하고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다른 기업들과 제휴도 확대하려 한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12월29일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없이 아이디와 패스워드만 있으면 카드결제를 할 수 있는 ‘로그인 간편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다음카카오의 간편결제서비스 ‘카카오페이’에도 참여했다. 올해 다른 전자결제대행기업 등이 제공하는 간편결제방식을 추가로 도입해 고객의 선택권을 늘리기로 했다.
원 사장은 이 과정에서 빅데이터와 금융보안 전문가를 영입해 인사통의 능력을 여실히 보여 줬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8월 이두석 전무를 영입해 빅데이터분석실 실장으로 임명했다. 이 전무는 미국 거티렝커 등 글로벌 빅데이터기업에서 고객정보 데이터베이스의 분석과 활용업무를 맡은 빅데이터 전문가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9월 성재모 상무를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로 선임했다. 성 상무는 금융보안연구원 정보보안본부 본부장과 한국정보보호진흥원(현 한국인터넷진흥원) 해킹대응팀장 출신으로 금융보안업계에서 오랜 경력을 쌓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빅데이터와 간편결제서비스 제휴는 모두 전문성과 보안성을 요구하는 분야”라며 “원 사장이 취임 뒤 공언한 것처럼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삼성카드의 경쟁력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켜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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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가운데)이 지난해 11월24일 '삼성전자-앱카드 협의체 사장단 협의'에 참석해 홍원표 삼성전자 사장(왼쪽) 이재정 신한카드 부사장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
◆ 원기찬이 심은 ‘삼성전자 DNA’
삼성카드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순이익 6560억 원을 냈다. 순이익이 2013년보다 무려 140.1% 증가했다.
삼성카드의 지난해 매출도 3조5128억 원으로 뛰어올랐다. 2013년보다 23.7% 증가한 것이다. 영업이익은 8654억 원으로 139.7% 늘었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12월 제일모직 지분 5.0%를 3312억 원에 매각해 순이익 급증했다.
그러나 영업수익인 매출과 영업이익이 함께 증가하면서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원 사장이 지난해 삼성카드 브랜드를 차별화하는 데 주력한 점이 효과를 봤다고 평가한다. 원 사장은 지난해 4월 기자간담회에서 “신한카드는 시장점유율 1등이고 현대카드는 브랜드 역량이 강해 삼성카드가 이 2개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사장은 삼성카드가 2011년 출시했던 ‘숫자카드’ 브랜드를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2천억 원 이상의 마케팅 비용을 들이면서 브랜드 정체성을 쌓았다. 지난해 11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의 성향을 반영한 후속작 ‘숫자카드 V2’를 출시했다.
삼성카드는 숫자카드 브랜드 강화에 힘입어 지난해 3분기 개인과 법인고객을 모두 포함한 신용카드 시장점유율 16.8%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15.9%보다 0.9%포인트 상승했다. 1위 신한카드와 격차도 2.6%포인트로 좁히는 데 성공했다.
원 사장은 삼성그룹의 다른 계열사와 협업하는 데에도 공을 들였다. 삼성카드는 서로 협조할 은행이나 자동차(현대카드), 유통(롯데카드) 등 확실한 우위를 차지한 산업분야가 없는 것이 약점이다. 이를 삼성생명이나 삼성전자 등과 제휴로 보완한 것이다.
삼성카드는 올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소속 설계사들과 함께 금융상품을 동시에 팔던 복합영업점포를 확대한다. 세 회사는 2013년 7월 복합영업점포를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지난해 말 모두 59개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110여 개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삼성카드는 지난해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의 복합영업점포 운영으로 가장 많은 수혜를 봤다”며 “원 사장은 각자 업계 1위를 달리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원을 통해 회원 수와 매출 부문에서 카드업계 선두로 올라가려 한다”고 말했다.
원 사장은 IT기술과 금융산업의 융합인 핀테크분야에서 삼성전자와 제휴를 맺었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9월 삼성카드 앱카드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삼성전자 휴대폰 갤럭시S5의 지문인식 기능을 적용했다. 삼성카드 고객이 앱카드를 사용할 때 결제확인 버튼을 누르는 대신 지문을 인식시켜 결제를 끝내는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삼성카드는 현재 삼성전자와 공동사업모델을 추진하고 있다”며 “유통과 자동차 등으로도 제휴분야를 넓혀 시너지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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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
◆ 원기찬의 고민, 복합할부금융 수수료
원 사장이 올해 삼성카드의 수익성을 높이려면 복합할부금융 수수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복합할부금융은 소비자가 자동차를 살 때 대리점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할부금융사가 대금을 대신 갚고 소비자가 할부금융사에 매달 할부금을 내는 것을 말한다.
삼성카드는 2월 중순 현대자동차와 복합할부금융 수수료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는 삼성카드에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을 현재 1.9%에서 1.3%로 낮추라고 요구한다. 삼성카드는 1.5%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카드는 1조3천억 원 규모의 복합할부금융 취급액을 다룬다. 복합할부금융 시장점유율 28.2%로 현대카드에 이어 2위다. 삼성카드는 캐피탈회사 7개와 제휴를 맺는 등 복합할부금융상품 판매를 주요한 수익원 중 하나로 꼽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원 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좋은 실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며 “복합할부금융이 전체 영업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이 아니더라도 아예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될 경우 시장점유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원 사장은 제휴를 맺은 캐피탈회사들과 함께 새로운 복합할부금융상품 출시를 논의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초 “새로운 방식의 복합할부금융상품을 출시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카드는 새 복합할부금융상품을 이용하는 고객이 자동차를 사면서 카드로 결제한 지 30일 뒤 캐피탈회사가 카드회사에 대금을 갚는 방식으로 신용공여기간을 늘리려 한다. 이렇게 되면 현대자동차가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할 명분이 약해진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