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계열사인 SKC&C와 지주사인 SK의 합병 가능성이 증권가에서 설득력있게 거론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면서 SK그룹이 이를 피하기 위해 두 회사의 합병을 추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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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14일부터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의 총수 일가가 상장계열사 지분 30% 또는 비상장 계열사 지분 20%를 보유한 상태에서 200억 원 이상의 일감 몰아주기를 하면 매출액의 5%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한다.
이는 공정거래법과 시행령 개정안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2014년 거래현황은 4월에 집계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규제가 이뤄지는 것은 오는 4월부터다.
기업들은 일감몰아주기 규제시행을 앞두고 이미 지난해부터 지분매각이나 합병 등 다각도로 대응책을 마련해 왔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 회장 부자는 현대글로비스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매각에 성공하며 보유지분이 29.99%로 30% 밑으로 떨어져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에 따른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SKC&C는 최태원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43.6%에 이른다. 이 가운데 최 회장의 지분율(32.9%)이 30%가 넘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오르게 된다.
이 회사의 그룹 내부거래액은 2013년 기준 9544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41.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는 SK그룹이 총수 일가의 지분을 30% 이하로 낮추거나 내부거래 비중을 줄여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SKC&C가 일단 외부 매출을 키우는 사업을 해서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다가 결국 SK와 합병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SKC&C와 SK 사이의 합병 이후 사업회사를 자회사로 전환하면 그룹 내 매출 비중이 줄고 일감 몰아주기 이슈도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회장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실질적 지주사인 SK 지분을 0.02% 밖에 보유하지 않고 있다. SK그룹은 최 회장이 SKC&C를 통해 SK를 지배하는 구조다. SKC&C는 SK의 지분 31.8%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 회장이 SKC&C 지분을 줄이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SKC&C와 SK 합병 시나리오는 최 회장이 안정적으로 그룹을 지배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도 피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로 거론된다.
SKC&C와 SK가 합병(현 주가 기준)하면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0.1%로 낮아진다.
양 연구원은 “SK그룹의 지배구조 안정을 위해 양사의 합병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합병을 통해 옥상옥의 경영구도를 바꾸고 안정적 지배구조를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SK그룹이 정기임원 인사에서 SKC&C 사장에 최 회장의 측근인 박정호 사장을 발탁한 것도 이런 논의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이 수감중인 상황에서 측근인사를 통해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