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김정주 NXC대표가 보낸 주주제안서에 어떤 답변을 내놓을까?
김 대표는 넥슨측 이사 선임, 실질주주명부 열람과 등사, 전자투표제 도입 등 김 회장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주주총회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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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
그러나 이를 거절할 경우 김정주 회장과 정면대결을 벌여야 한다. 또 거절할 명분도 부족하다. 이에 따라 일부 민감한 부분을 제외하고 상당부분 김 회장의 요구를 수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넥슨이 지난 6일 제출한 주주제안서에 대한 대응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넥슨은 지난 3일 넥슨측 이사 선임, 부동산 처분, 자사주 소각, 임원 보수공개 등의 요구안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보냈다.
넥슨은 이 가운데 우선 넥슨측의 이사 선임, 실질주주명부 열람과 등사, 전자투표제 도입 등 세 가지 사안에 대해 10일까지 답변하라고 엔씨소프트에 요청한 상태다.
넥슨은 “10일까지 회신하지 않으면 요청사항을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고 필요한 절차를 밟아가겠다”고 압박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엔씨소프트가 10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최종입장을 결정한 뒤 넥슨에 통보할 것으로 관측한다.
엔씨소프트는 넥슨측이 이사로 선임되면 경영권에 지나치게 개입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사 선임 요구를 거절할 경우 정면대결을 감수해야 한다.
엔씨소프트가 이번에 넥슨측 이사 선임 요구를 받아들여도 당장 이사를 교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주주총회가 열리는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등기이사는 김택진 대표밖에 없다. 넥슨은 김택진 대표는 예외로 명시했다. 나머지 이사 6명은 내년에 임기가 끝난다.
엔씨소프트의 한 관계자는 “넥슨이 이사의 교체나 추가선임이 발생하는 경우라는 조건을 달았기 때문에 넥슨측 이사가 당장 선임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향후 넥슨이 이사를 교체하라고 요구하거나 정관을 변경해 추가로 이사를 선임하라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와 전자투표제 도입 요구는 소액주주를 의식해 넥슨이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 지분은 현재 소액주주들이 20% 가량 보유하고 있다. 이는 넥슨이 보유한 15.08% 지분보다 많다.
업계 관계자들은 넥슨이 주주총회에서 다른 주주들에게 의결권을 위임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 경우 다른 주주들의 이름, 주소, 주식보유수 등 세부정보를 알아야 한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이를 도입하면 개인 소액주주들도 손쉽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엔씨소프트 입장에서 소액주주들이 대거 주주총회에 참여하는 것이 달갑지 않다. 이들이 넥슨에 의결권을 위임하거나 넥슨 편을 들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넥슨이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주주들이 넥슨 편을 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엔씨소프트가 넥슨의 요구를 거절할 명분을 찾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상법 제396조는 이사로 하여금 주주명부를 비치하게 하고 주주들이 열람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전자투표를 거절할 경우 소액주주의 여론이 나빠질 수도 있다.
넥슨은 “주주의 적극적 의사표명이 회사의 현명한 의사결정의 밑거름이 된다”며 “주주들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엔씨소프트가 주주들의 의견을 더욱 많이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택진 대표는 이에 따라 민감한 부분을 제외하고 김정주 회장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김 회장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김 회장과 극단적 대립은 일단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이해가 크게 달라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