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사빅의 지분 매각을 통해서 경제정책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로 방향을 선회함에 따라 아람코의 상장은 멀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상장 대신 사빅 지분 매각으로 방향선회

▲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7일 “아람코의 기업공개가 자꾸만 지연되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는 재원 마련을 위해 아람코의 기업공개에서 다운스트림 회사인 사빅의 지분 매각으로 관심을 옮겨가고 있다”며 “아람코의 상장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람코를 상장하려는 목적은 ‘비전 2030’ 경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비전 2030’을 바탕으로 제조업 육성 등 탈석유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삼았다.

빈 살만 왕세자는 자금 마련을 위해 아람코 지분의 5% 미만을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2018년 하반기 안에 상장 작업을 마치기로 했다. 

하지만 아람코 상장은 멀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석유수출국기구의 감산 합의를 비판함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점진적으로 석유 공급을 늘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람코 상장을 앞두고 유가가 하락하면 기업가치가 낮아지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유가를 띄워왔는데 트럼트 대통령의 증산 압박을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풀이됐다. 

아람코 기업공개 취소 보도는 수차례 나온 일이지만 최근에는 기업공개 철회 보도까지 전해졌다. 

로이터는 22일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람코 상장을 위한 재무 자문단을 해체했으며 재무자문단은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가까운 미래(foreseeable future)’에 상장이 취소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서 연구원은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장관이 보도를 부인했지만 적어도 올해 안에 아람코가 상장할 가능성은 낮으며 오랜 시간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사빅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됐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탐사와 생산을 담당하는 업스트림회사가 아람코라면 사빅은 원유의 정제와 판매 등 다운스트림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JP모건과 모건스탠리가 사빅 지분 매각을 위한 자문사로 선정됐으며 사빅 지분의 최대 70%까지 아람코에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알 팔리 에너지 장관이 아람코 기업공개 취소설을 부인하는 성명에 “아람코 상장 시기는 다운스트림회사인 사빅의 지분 인수 시도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 부분도 사빅 지분 매각설에 힘을 싣는다. 

서 연구원은 “아람코 상장을 위해서는 석유 매장량과 유전 상태 등의 민감한 정보를 외국인들에게 공개해야 하는 데다 상장 후 각종 소송에 시달릴 수도 있지만 사빅 지분 매각으로 자금을 조달한다면 이런 위험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사우디아라비아로서는 그다지 나쁜 선택이 아니다”고 분석했다.

다만 아람코가 사빅의 지분을 정말로 인수한다면 아람코의 기업공개는 더욱 멀어질 것으로 파악됐다.

서 연구원은 “아람코가 사빅 지분을 인수한다면 빈 살만 왕세자가 기대했던 규모 만큼은 아니자만 어느 정도 자금은 마련하게 된다”며 “당분간 아람코를 상장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