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소득주도성장 중심의 경제정책 기조의 물줄기를 혁신성장 쪽으로 틀고 있다.
김 부총리는 2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상호보완적 관계로 가리키면서도 “우선순위 측면에서 차이가 생길 수는 있다”고 말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갈등설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자 한 걸음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혁신성장 쪽에 무게를 더욱 둬야 한다는 여운도 남긴 셈이다.
혁신성장은 규제 완화와 인프라 육성을 통해 기업 경쟁력과 신산업을 키우는 개념을 뼈대로 한다. 분배를 통한 수요 증대를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보다 기업친화적 성격이 강하다.
김 부총리는 7월의 신규 취업자 증가폭이 5천 명에 머무르는 ‘고용 쇼크’가 터진 것을 기점으로 소득주도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을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말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그는 19일 고용 쇼크에 대응해 열린 긴급 당정청회의에서 “그동안 추진했던 정책의 효과를 되짚어보고 필요하면 기존의 경제정책을 개선하고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노동시간의 신축적 단축을 국회에서 충분하게 의논할 수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도 시장의 수용성과 사회안전망, 자영업자가 전체 취업자 수의 21%에 이르는 점을 감안해 적응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날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에서 “(경제정책에서) 엇박자나 부적합한 언행이 더는 노출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는데도 김 부총리가 공세를 멈추지 않은 셈이다.
오히려 김 부총리는 ‘직’을 걸고 고용 악화에 대처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당부를 놓고 “장 실장은 청와대 안의 스태프고 정책 결과의 책임은 내가 전적으로 져야 한다”고 못 박았다.
김 부총리는 이전에도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조절론을 제기하는 등 소득주도성장 기조의 경제정책에 제동을 거는 행보를 보여왔다.
5월 말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최저임금을 특정한 연도를 목표로 올리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총리 등이 최저임금 인상의 악영향을 섣불리 판단하기 힘들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소득주도성장정책에 힘을 실어줬다.
김 부총리도 6월 초에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지금 3개월 정도 분석한 것으로 누구도 100% 자신 있게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한 걸음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7월의 고용 쇼크를 계기로 야당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김 부총리의 혁신성장론에 상대적으로 힘이 실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한 은산분리 완화에 긍정적 태도를 보이는 등 청와대 안에서도 혁신성장으로 고개를 돌리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소득주도성장에 근본적 문제가 있으면 수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당연히 열려 있다”며 “양극화 해소와 지속가능한 성장이 목표인 만큼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말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2018년 들어 고용 등의 경제지표가 계속 나빠지고 있고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속도도 심상찮다”며 “소득주도성장이 성장정책으로서는 성과를 사실상 못 올린 점을 감안하면 김 부총리의 혁신성장에 무게가 더욱 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