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 '전국구 건설사'에 걸맞는 호반건설 인지도를 원하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호반건설을 필두로 한 호반건설그룹 건설 계열사들이 조용하지만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호반건설그룹 계열사들은 영업실적에서 이미 대형 건설사를 추월했다.

하지만 김상열 회장으로서는 호반건설그룹 몸집 만큼 전국적 인지도를 아직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만족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 호반건설, 영업이익에서 대형 건설사 압도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그룹의 건설 계열사들의 위상은 이미 대형 건설사와 어깨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높아졌다.

호반건설주택은 올해 시공능력 평가에서 평가액 2조1619억 원을 받아 13위에 올랐다. 호반건설과 호반건설산업, 호반베르디움의 평가액은 각각 1조7859억 원, 1조1582억 원, 438억 원이다.

네 기업의 시공능력 평가액을 합하면 모두 5조1498억 원으로 통상 3조 원을 넘으면 대형 건설사로 간주하는 건설업계에서 이미 안정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재벌 대기업의 건설 계열사인 SK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한화건설의 시공능력 평가액은 각각 3조9578억 원, 3조4280억 원, 2조8623억 원으로 호반건설그룹과 한참 차이가 난다.

호반건설그룹이 건설 계열사들에게서 얻는 영업이익은 이미 대형 건설사를 앞질렀다.

호반건설과 호반건설산업, 호반건설주택이 2017년에 낸 매출은 연결기준으로 모두 5조1171억 원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해마다 10조 원 이상의 매출을 낸다는 점과 비교할 때 절반 수준에 머문다.

하지만 영업이익만 살펴보면 호반건설그룹은 호반건설과 호반건설산업, 호반건설주택을 통해 모두 합쳐 흑자 1조3474억 원을 냈다.

대림산업과 대우건설, GS건설이 2017년에 낸 영업이익을 합해도 1조3천억 원을 밑돈다.

김상열 회장은 주택사업에만 전력투구하는 전략을 썼는데 건설업계에서 호반건설그룹의 입지를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김 회장은 1997년 IMF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때 비교적 싼 값에 토지를 확보한 뒤 주택 경기가 회복될 때마다 주택분양사업을 벌이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인근 지역에 다른 건설사들이 건설한 아파트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하는 전략도 먹혀들었다.

김 회장의 보수적 경영 기조도 호반건설의 성장을 뒷받침했다. 김 회장은 분양사업을 진행할 때 앞서 분양한 아파트의 누적 분양률이 90%를 넘지 않으면 신규 분양을 하지 않는 이른바 ‘90%’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미분양이 발생하면 현금 흐름이 악화해 재무 건전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원칙은 글로벌 금융 위기 때 호반건설이 다른 건설사들과 달리 위기를 겪지 않고 무사히 넘길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주택사업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토목사업에 강점을 갖춘 울트라건설(현재 호반건설과 합병) 등을 인수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주택사업에서 전체 매출의 90%가량을 낸다.

김상열, 대형 건설사 위상 확보 과제 안아

김 회장이 호반건설을 필두로 호반건설그룹의 덩치를 키운 것은 시공능력 평가와 실적 등에서 모두 확인된다.

하지만 여전히 대형 건설사급 인지도를 지니지 못했다는 점은 김 회장에게 여전히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김상열, '전국구 건설사'에 걸맞는 호반건설 인지도를 원하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주택사업에서 영향력을 넓혀 수도권에서까지 경쟁력을 확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은 대형 건설사들끼리도 인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아파트 브랜드 등에서 대중에게 각인된 이미지가 없다는 점은 여전히 약점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이런 점이 김 회장을 올해 초 대우건설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만들었던 것으로 주된 요인이 됐다.

김 회장은 올해 초 진행된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뒤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도시재생사업은 우리가 종합건설사가 아니라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이 보유한 브랜드 ‘푸르지오’ 등을 통해 서울 강남권 도시정비사업에서 승부를 보기 위해 1조6천억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했던 것이다.

하지만 대우건설이 해외사업의 잠재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면서 김 회장은 전국구급 건설사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김 회장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여전한 과제로 남게 된 셈이다.

호반건설이 4월에 느닷없이 기업공개 카드를 만지작거렸던 것도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읽히기도 했다. 호반건설은 현재 기업공개 절차를 잠정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의 보수적 경영 기조를 감안할 때 호반건설이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사업 확장 등에 무리하게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만 서울 강남권 수주 경험을 쌓는 것이 인지도 확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형 건설사의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흡수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호반건설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사업 수주를 준비하면서 대형 건설사들에게 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하는 등 시공 경험을 쌓기 위한 물밑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택사업에 강점이 있는 GS건설이나 HDC현대산업개발 출신 직원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