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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은 왜 '고졸 생산직' 바라를 선택했나

주은아 기자 orchidjoo@businesspost.co.kr 2013-12-18 15:5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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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M은 왜 '고졸 생산직' 바라를 선택했나  
▲ 댄 애커슨 현 GM CEO(좌측)와 메리 바라 글로벌 제품개발 부사장.

GM의 자동차 키를 여성이 넘겨받았다. 지난 12월 10일, GM의 CEO 댄 애커슨은 후임으로 메리 바라 글로벌 제품개발 부사장(51)을 발표했다. 언론은 전통적으로 남성의 업계로 인식되던 자동차 업계에 최초로 등장한 여성 CEO를 일제히 반겼다.

예일대학교 경영학과의 제프리 소넨펠드 교수는 바라 부사장의 선임에 대해 “장식적이거나 정치적인 이유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어쩌다가 여성일 뿐인, 현명하게 선택된 리더의 좋은 예이다. 그녀는 다른 남자들만큼, 혹은 다른 남자들보다 훨씬 더 업계를 잘 알고 있다”고 평했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지는 미국 자동차 구매 고객의 52%가 여성인 시장 상황을 반영한 적절한 인선이라고 평가했다.

정작 GM에서는 바라 부사장의 승진을 그리 놀랍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이다. GM 내부 관계자들은 차기 CEO 후보가 여럿 있었지만, 그 중 바라 부사장이 가장 유력했다고 증언했다. 뉴 캐딜락 ATS와 쉐보레 임팔라 등의 성공을 이끌었던 인물이자 제조, 인사, 개발 등의 분야를 거치면서 GM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반응이다. 한 GM 내부 관계자는 사내에서는 이미 사실상 결정된 인사였으며, 애커슨이 사임 의사를 표명하는 바람에 시기적으로 조금 앞당겨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GM 운전석의 후보자들 자동차 소녀보다 부족했다

GM 차기 CEO 후보는 네 명이었다. 마크 로이스 북미 GM 사장, 댄 앰먼 CFO, 스티브 거스키 부회장, 그리고 메리 바라 부사장이 경합을 벌였다. 미국의 자동차업계 전문가이자 지난 10월부터 이미 바라의 CEO 선임을 예견했던 데일 버스는 다른 후보자들이 바라에 비해 부족한 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력한 후보였던 마크 로이스 사장은 2000년대에 호주의 GM 법인인 홀든을 지휘했다. 그는 GM 전 사장인 로이드 로이스의 아들로, 북미 지역 사장으로서 쉐보레의 판매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 그는 사내에서도 많은 지지를 받는 인물이었지만, 호주 법인 당시 이렇다할 실적을 내지 못했다는 점과 GM의 실패작이었던 폰티악 아즈텍과 뷰익 랑데부 라인의 책임자였다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했을 수 있다.

데일 버스는 그가 GM 구세대의 대표주자격인 인물이라서 GM 개혁을 원하는 애커슨이 부적격 판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광고대행사에서 자동차 광고 전문 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자동차 전문 블로그 오토익스트리미스트를 운영하는 자동차 평론가 피터 드로렌조는 로이스 사장과 애커슨 현 CEO간의 불화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댄 앰먼 CFO는 GM이 재정적으로 기우뚱거릴 때에 재무 구조를 뜯어고친 인물이다. 그러나 GM은 자동차업계의 전설인 밥 루츠가 회장을 맡았던 회사이다. 은퇴 이후에도 GM에서 자문 컨설턴트로 활약하고 있는 밥 루츠는 2011년 그의 저서 <빈 카운터스>에서 “숫자와 데이터로 모든 것을 움직이려는 사람들인 빈 카운터(bean counter)가 GM을 망쳤다”고 주장했다. 빈 카운터에는 회계 직원이라는 의미도 있다. 그런 밥 루츠가 있는 한 이사회가 재무 전문가를 CEO로 선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데일 버스는 앰먼이 아직 41세인만큼 GM을 맡기에는 너무 젊었다고도 추측했다.
 
스티브 거스키 부회장은 유럽 GM의 회생 전략 부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그 역시 월스트리트의 투자 애널리스트 출신이라는 약점이 있었다. 데일 버스는 그가 GM이 이제 겨우 빠져나온 구제금융과 밀접한 이미지를 지닌 사람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GM은 구제금융 동안 제너럴 모터스의 약자인 GM이 아니라 거버먼트 모터스의 약자인 GM이라는 조롱을 받아 왔다. 이사회가 하루빨리 오명을 벗기 위해 구제금융과 관련성이 높았던 후보자는 배제했으리라는 관측이다.
 
  GM은 왜 '고졸 생산직' 바라를 선택했나  
▲ GM 직원들에게 연설을 하기 위해 나선 메리 바라 부사장. 좌측은 스티브 거스키 부회장과 댄 애커슨 현 CEO.

◆ 애커슨 "바라가 디트로이트 빅3중 하나를 이끌 때 됐다"


메리 바라 부사장은 제품개발부의 수장으로, 뉴 캐딜락 ATS, CTS, 7세대 쉐보레 콜벳, 2014 쉐보레 임팔라 등을 연이어 성공시킨 개발 분야의 베테랑이다. 엔지니어링과 제조에 대한 경험도 있었다. 루츠가 자신의 저서에서 자동차 회사를 이끌어야 하는 인물상으로 제시한 ‘자동차맨’의 정의에 가장 들어맞는 후보자였다.

또한, 애커슨이 바라 부사장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2011년 바라는 글로벌 제품개발 부사장으로 임명되었고, 그 후에는 구매 및 공급망의 관리 권한까지 받았다. 자동차 제조회사로서의 GM의 정체성을 모두 쥐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때부터 애커슨이 이미 바라 부사장을 차기 CEO로 점찍어두었다고 할 수 있다.
 
애커슨은 올해 초부터 강연회 등에서 “이제 디트로이트 빅3중 하나를 ‘자동차소녀’가 이끌 때도 되었다”고 발언했다. 자동차업계에서의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바라의 승진을 암시하는 말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는 공식 석상에서 바라에 대해 “내가 함께 일한 임원들 중 가장 재능 있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마치 딸이 대학교를 졸업하는 모습을 보는 기분입니다.”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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