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에 아낌없이 돈을 쓰는 사람들이 늘면서 기업들이 앞다퉈 상품 고급화에 힘쓰고 있다. 

반려동물을 위한 아파트부터 유모차, 로봇까지 ‘반려동물은 가족’이라는 이들을 유혹한다. 

'또 하나의 가족' 반려동물 위한 상품도 갈수록 고급화

▲ 제1회 국제캣산업박람회 포스터.


1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관련한 시장의 규모는 2012년 9천억 원에서 2015년 1조8천억 원으로 2배 증가했다. 올해 3조 원을 넘어서고 2020년에는 5조8천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건강기능식품시장 규모가 3조8천억 원, 음료시장 규모가 3조4천억 원이었던 데 비교해보면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반려동물시장 규모가 커진 데다 앞으로 성장성도 예상되는 만큼 기업들은 고급화된 제품을 내놓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안강건설은 지난해 11월 경기도 김포시 구래지구에 분양한 ‘김포 더 럭스나인’의 전용면적 26㎡ 일부 가구에 위드펫(with pet)타입을 적용했다.

경기도 의왕시 삼동의 ‘의왕 장안지구 파크 푸르지오’는 반려동물 놀이터를 단지 안에 넣었고 ‘e편한세상 송도’는 반려동물 호텔을 커뮤니티시설 내부에 마련했다. 

현대건설은 8월 경기도 고양시 삼송지구 도시지원시설 S4-2,3블록에 분양하는 ‘힐스테이트 삼송역 스칸센’ 단지 내에 반려동물의 운동 및 샤워가 가능한 펫케어센터를 만들기로 했다. 

이런 아파트 및 오피스텔들은 반려동물 관련 시설 탓에 관리비가 더 비싸지만 반려동물을 위해 특화된 시설을 찾는 입주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반려견용 유모차도 평균 80만 원이라는 가격대인데도 판매량이 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에서는 올해 상반기 반려견용 유모차가 100대 정도 판매됐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판매량이 220% 증가했다. 캣타워(고양이들이 올라가 놀 수 있게 만든 구조물)도 60만 원대인데도 판매량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반려동물이 혼자 있는 시간을 걱정하는 이들은 사물인터넷(IoT)이 적용된 제품을 찾는다. 스타트업 고미랩스가 만든 ‘고미볼’은 반려동물과 상호작용을 해 같이 놀 수 있는 제품이다. 반려동물의 움직임을 분석해 적절하게 주인의 목소리나 음악을 들려주는 CCTV도 있다.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12월 차량용 반려동물 패키지 ‘튜온펫’을 장착한 ‘더뉴레이’를 선보였다. 튜온펫은 이동식 케이지 겸용인 반려동물 전용 카시트와 반려동물이 운전석으로 넘어오는 돌발상황을 방지하는 탈착형 매쉬그물로 된 카펜스, 오염을 막는 시트커버 등 3종으로 이뤄졌다. 

반려동물을 위해 고급 생활환경을 만들어주는 이유는 반려동물이 피붙이 가족 만큼이나 중요한 지위를 지니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펫사료협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2017년 9월 조사한 ‘반려동물 보유 현황 및 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반려인들은 삶의 기쁨을 주는 존재로 1위 가족(42.9%), 2위 반려동물(29.4%), 3위 돈(12.7%), 4위 여행(5.5%)·취미생활(5.5%)을 꼽았다. 

반려동물이 ‘애완’에서 ‘반려’로 격상된 만큼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법률 소송도 늘어나고 있다. 현행 법체계에서 동물은 물건으로 치부되는데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고 규정하는 법 조항을 새롭게 만들고자 동물보호단체와 정치권은 힘을 모으고 있다. 

오스트리아와 독일, 스위스 등은 이미 동물의 법적 지위에 관한 규정을 민법에 신설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