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모건스탠리가 글로벌 반도체업황 악화를 예상하는 보고서를 내놓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기업 주가를 흔들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지난해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가 예측이 빗나간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반도체기업들이 실적과 주가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
미국 CNBC는 10일 "모건스탠리가 반도체업황에 부정적 전망을 내놓은 여파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기업까지 퍼졌다"며 "글로벌 반도체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보도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보다 3.2% 떨어진 4만5400 원, SK하이닉스 주가는 3.72% 하락한 7만5100원으로 마감했다.
증권사 모건스탠리가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반도체산업의 투자의견을 최저 수준인 '주의'로 낮추면서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CNBC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의 '주의' 등급은 앞으로 12~18개월 동안 해당 산업과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가 예상치를 밑도는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의미다.
조셉 무어 모건스탠리 연구원은 반도체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어들며 재고량이 늘고 있다는 점을 반도체업황 악화의 근거로 제시했다.
무어 연구원은 "반도체업계에서 큰 폭의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며 "10년 만에 최고 수준의 반도체 재고가 발생하며 과열됐던 반도체업황에 침체기가 돌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텔과 퀄컴, 엔비디아 등 주요 시스템반도체기업들의 주가는 모건스탠리의 보고서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업황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 일제히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말부터 주요 반도체기업을 휩쓸었던 '모건스탠리 쇼크'가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올해 초까지 큰 폭의 주가 하락세를 보였다. 약 2개월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최대 19%, SK하이닉스 주가는 18%에 이르는 하락폭을 나타냈다.
숀 킴 모건스탠리 연구원이 당시 내놓은 보고서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이 한계를 맞아 주요 반도체기업들이 2018년에 영업이익을 늘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 데 따른 여파였다.
하지만 2018년 상반기에도 D램 가격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대 최대 영업이익 기록을 고쳐 쓰며 주가도 정상 궤도를 되찾았다.
모건스탠리의 반도체업황 악화 예측이 완전히 빗나간 셈이다.
이번에도 모건스탠리의 보고서가 나온 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기업 주가가 크게 떨어진 것은 그만큼 반도체업황 변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크다는 증거로 분석된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여전히 메모리반도체업황 전망과 주요 반도체기업의 실적을 긍정적 시각으로 보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10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반도체업황 악화 우려로 크게 떨어졌지만 이는 과도한 수준"이라며 "메모리반도체산업의 중심이 스마트폰 등 소비자용 기기에서 서버 등 신산업분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업황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 속도를 조절하면서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어 올해 하반기에도 큰 폭의 실적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