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24가 생각지 못한 암초를 만났다.
국내 편의점 가운데 가장 빠르게 점포 수를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근접출점을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 출점 속도가 꺾일 수도 있다.
이마트24는 다른 편의점과 달리 점포당 매출과 상관없이 일정한 회비를 받기 때문에 점포 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기존 위드미에서 이마트24로 이름을 바꾼 뒤 이마트24가 점포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7월 편의점 계열사의 이름과 편의점 브랜드를 이마트24로 바꿨다. 또 지난해부터 3년 동안 3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편의점사업을 이마트의 새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2200여 개에도 못 미쳤던 이마트24 점포 수는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3200여 개 이상으로 늘었다. 증가율도 50%에 이른다.
같은 기간 CU와 GS25, 세븐일레븐 등 국내 편의점업계 빅3의 점포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그친 점과 대조적이다.
이마트24는 지난해 10월 미니스톱도 제치며 편의점업계 4위로 올라섰다. 6월 말 기준으로 이마트24 점포 수는 3235개, 미니스톱 점포 수는 2528개다.
이마트24는 점포당 매출이 오르는 것보다 점포 수가 늘어나는 편이 유리한 만큼 출점에 힘을 쏟은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출점을 둘러싼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계기로 편의점업계의 근본적 문제로 지적받아온 지나친 출점 경쟁을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 점주들로 이뤄진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최근 가맹점주의 생존을 위해 같은 브랜드만 250m 안에 신규 출점을 금지하는 현행 근접 출점 금지를 전체 편의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편의점사업자들로 이뤄진 편의점산업협회도 7월 말 ‘근접 출점 자율규약’을 제정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심사를 요청했다.
편의점산업협회는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 등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이마트24는 회원이 아니다.
편의점산업협회는 출점 제한 기준을 현행 동일 브랜드 사이 250m에서 브랜드와 상관없이 80m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출점 제한 기준이 강화되면 이미 점포 수가 1만 개 안팎에 이르는 CU, GS25, 세븐일레븐과 달리 하나라도 점포를 더 늘려야 하는 이마트24에 악재일 수밖에 없다.
편의점업계는 이미 1994년에도 근접 출점 관련 자율규약을 만들어 시행했으나 공정거래위원회가 2014년 이를 ‘부당한 공동행위’로 보면서 폐기됐다. 당시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금지하는 독점으로 해석됐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자율규약의 심사를 마치면 회원사가 아닌 이마트24 등에도 자율규약 실행에 동참을 권유하기로 했다.
편의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마트24가 손익분기점에 이르려면 점포 수가 5천~6천 개는 돼야 한다”며 “앞으로 2년 정도는 출점에 힘써야 하는 상황에서 출점 기준이 강화되면 출점 속도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