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기자 hyunjung@businesspost.co.kr2018-07-31 17: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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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들이 간편결제를 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내놓으며 스마트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결제 방식에 한발 다가서게 됐다.
다만 카드사의 통합 플랫폼이 널리 쓰이기 위해서는 관련 인프라 보급이 관건인데 비용이 만만치 않은 만큼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 저스터치 로고.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업계가 결제 수수료율 하향조정과 지방자치단체의 ‘제로페이’ 출시 등 연이은 악재에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힘을 모아서 간편결제 통합 플랫폼사업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신한카드, 롯데카드, 하나카드, 현대카드, BC카드,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등 7개 카드사는 8월1일부터 카드사 간편결제 통합 플랫폼인 '저스터치' 서비스를 시작한다.
'저스터치'는 실물 카드 없이 모바일 안에 카드를 탑재해 자유롭게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이용해 10cm 안의 거리에서 기기들 사이에 정보가 오가는 결제 방식인 만큼 스치기만 해도 결제가 돼 편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드사들은 카드사별로 각각의 모바일 결제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힘을 분산하지 말고 하나의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데 뜻을 모은 뒤 지난해부터 통합 플랫폼 개발을 추진했다.
단말기 보급 등 비용을 분담하는 데서 카드사끼리 이견이 발생해 서비스의 구체적 내용이 완성되지 않았지만 카드사들은 우선적으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여러 회사가 함께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힘든 일이고 시스템 구축비용도 만만치 않아 의사결정이 어렵지만 좋지 않은 업황 등 위기에 몰린 카드업계가 워낙 절실했기 때문에 이번 결과물을 냈다는 말이 나온다.
저스터치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카드사들이 수익성을 방어하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통합 간편결제 플랫폼은 새 고객을 유치해 신규 매출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고객의 플라스틱 카드를 스마트폰으로 옮겨 놓는 작업에 불과한 만큼 카드사들이 적극적으로 사업에 동참하기엔 다소 유인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왔다.
수익 감소로 자금 사정이 넉넉지 못한데 당장 고객 확대로 이어지는 사업도 아닌 만큼 선뜻 거액의 자금을 내놓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이번 통합 결제 플랫폼으로 기존 고객이 다른 간편결제 시스템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속속들이 등장하는 많은 페이들과 소상공인 보호를 강조하는 정부는 편리한 간편결제 시스템과 함께 ‘결제 수수료 0%’를 내세우고 있다. 이는 카드사의 수입 감소와 직결되는 문제다.
물론 새로 선보이는 간편결제사업은 고객들의 신용상태를 가져올 수 없기 때문에 체크카드 기반의 시스템을 내놓고 있지만 이렇게 체크카드부터 조금씩 시장을 내준다면 카드사들은 수익성이 점점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 해외에서 상용화되고 있는 구글페이나 애플페이 등은 카드사들에게 수수료를 받고 있는 만큼 이들이 한국 시장에 상륙했을 때를 대비해 카드사들이 모바일 결제 통로를 미리 마련해 놓는 것이 협상의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삼성페이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결제 수단이 많아질수록 입맛에 맞는 결제를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소비자 편익이 올라가게 된다”며 “카드사들은 포인트나 부가 서비스 등에서 간편결제업체보다 우위에 있는 상황에서 마그네틱 카드를 꺼내는 고객의 수고를 덜고 더 편리한 결제 수단을 이용하도록 장치를 마련해 업계 경쟁력을 강화한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저스터치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저스터치를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비돼 있어야 하는데 NFC 결제 단말기 보급 현황이 시원치 않다.
현재 전국 가맹점은 270만 곳 가량인데 저스터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가맹점은 3만3천여곳에 불과하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NFC 결제 단말기를 보급하는 문제는 아직 카드사끼리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시범사업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소비자들의 만족도나 효과 등을 가늠해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범사업의 반응이 좋으면 가맹점이 자비로 NFC 결제 단말기를 들여놓을 수도 있다. 고객이 이 결제 시스템을 많이 찾는다면 가맹점들도 뒷짐을 지고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사용자 편의가 학습이 돼 저스터치 서비스를 원하는 수요가 많아진다면 대형 가맹점 쪽에서도 자체적으로 단말기 보급을 고려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저스터치를 널리 보급해 비자나 마스터카드 등 해외 카드사의 IC카드 국제기술표준(EMV) 결제규격을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로열티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저스터치는 교통카드처럼 결제 단말기에 대면 결제가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스마트폰의 앱카드 애플리케이션(앱)에 결제카드를 등록하고 ‘근접무선통신(NFC) 활성화’를 설정해 놓으면 사용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만 가능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