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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주 NXC 대표 |
김정주 NXC 대표는 왜 엔씨소프트의 경영권에 관심을 두는 것일까?
김정주 대표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엔씨소프트를 놓고 경영권 분쟁을 벌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엔씨소프트 주가가 상승하고 기업가치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증권가에서 나왔다.
그러나 개발인력의 이탈이나 게임출시 지연 등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정주 대표가 엔씨소프트 경영참여를 밝힌 것은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협력을 강화해 지분투자로 입은 손해를 만회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넥슨은 엔씨소프트 주가가 떨어진 탓에 1900억 원 가량의 손해를 입었다.
하지만 김정주 대표가 엔씨소프트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엔씨소프트의 게임개발 능력을 통해 수익성을 올리려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넥슨은 지난해 외부업체의 게임을 들여와 매출을 늘렸지만 이에 따른 로열티 지불도 늘어나 수익성이 떨어졌다.
◆ 넥슨 경영권 행사에 엇길리는 전망
정재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8일 “넥슨의 경영참여가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현재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기업가치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가속화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황성진 HMC투자증권 연구원도 “넥슨의 지분 투자목적 변경은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많은 변수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전망은 주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추가로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김택진 대표는 현재 9.9%의 엔씨소프트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넥슨은 15.08%를 보유하고 있다. 다시 최대주주가 되려면 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21만7천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날보다 14.8% 가량 오른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넥슨의 경영참여 결정이 엔씨소프트의 기업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좀 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두 회사의 마찰이 핵심 개발인력의 이탈이나 경영권 대립, 게임출시 지연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황성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기업문화가 불일치하는 데다 인력이탈의 가능성 등 다양한 변수가 있다”며 “넥슨의 일방적 경영참여 발표는 일단 불협화음의 전조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안재민 키움증권 연구원도 “개발자와 CE의 게임개발 철학이 중요한 게임회사의 특성상 두 회사의 마찰이 핵심 개발인력 이탈이나 경영진 간의 대립, 게임출시 지연 등으로 나타난다면 엔씨소프트의 실적에 긍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 넥슨, 1900억 원 손해 봐
넥슨은 2012년 6월 김택진 대표가 보유한 엔씨소프트 지분 14.7%를 인수했다. 당시 주당 25만 원에 인수해 약 8025억 원의 비용이 들었다.
그러나 이후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크게 떨어졌다. 넥슨이 경영권 참여를 밝힌 지난 27일 종가를 기준으로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18만9천 원을 기록했다.
넥슨 입장에서 약 1900억 원 정도 손해를 본 셈이다.
그렇다고 두 회사의 시너지를 내는 데도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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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
넥슨은 2012년 엔씨소프트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인 ‘마비노기2’를 합작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2013년 1월 중단됐다.
넥슨은 그뒤에도 협력관계를 높여 시너지를 내려 했다. 그러나 엔씨소프트가 독자 경영권 보장을 이유로 대화에 미온적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 넥슨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김정주 대표는 경영참여를 통해 엔씨소프트 이사회에 이사를 파견하는 등 적극적으로 두 회사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경영참여를 밝혔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과정을 통해 수익을 만회하려 한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넥슨이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것은 두 회사의 협력을 위한 하나의 압박카드로 활용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김정주, 엔씨소프트 개발능력에 욕심
일부에서 넥슨이 수익성을 개선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이 경영 참여를 촉진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넥슨이 두 분기째 수익성에 문제를 보이면서 주주들 사이에서 엔씨소프트 지분을 왜 인수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넥슨은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이 1천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6%나 감소한 것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370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 늘어나는 데 그쳤다.
넥슨은 지난해 3분기에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7% 감소한 1490억 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넥슨은 같은 기간에 매출이 전년보다 14%나 늘었는데도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했다.
넥슨의 수익감소는 외부 지적재산권(IP)에 대한 로열티 증가 때문으로 보인다.
넥슨은 지난해 3분기 로열티 비용으로 66억 엔(약 606억 원)을 지불했다. 이는 전년 같은기간과 직전분기보다 거의 두 배가 늘어난 수치다.
미국 게임업체 일렉트로닉아츠(EA)의 피파온라인 등을 들여와 흥행에 성공했지만 이에 따른 비용도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넥슨 입장에서 자체게임 개발이 아쉬운 대목이다.
김정주 대표는 지난해 5월 개발자회의에 참석해 “넥슨은 지난 10년 동안 히트게임 없이 인수합병으로 성장을 계속해 왔는데 앞으로 인수합병만 하고 게임개발은 안 할 건가”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개발능력에 대해 탐을 냈다는 관측이 나온다. 넥슨이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을 이어 온 반면 엔씨소프트는 자체개발 게임으로 성장해 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넥슨은 유소년 층을 대상으로 한 가벼운 게임 개발에 강점이 있는 업체”라며 “반면 엔씨소프트는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울 등 성인들을 위한 고사양 게임 개발에 일가견이 있어 이를 활용하면 전 연령대에 걸쳐 강점을 가질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