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올해 하반기에도 역대 최대 규모의 시설 투자를 벌이면서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지배력을 높이는 데 힘을 싣는다.
반도체업황 악화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업계 전반에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지만 SK하이닉스는 3D낸드 등 기술 우위를 앞세워 경쟁력 확보를 자신하고 있다.
이명영 SK하이닉스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은 26일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하반기 시설 투자에 들이는 금액은 상반기와 비교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상반기에 약 8조 원을 시설 투자에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반기 예상 금액까지 합치면 올해 반도체공장 증설에 모두 16조 원을 웃도는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시설 투자에 역대 가장 많은 10조3천억 원 정도를 들였는데 올해는 규모가 훨씬 더 커지는 것이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시설 투자는 대부분 내년 초부터 가동이 예정된 청주 M15공장의 설비 반입과 3D낸드 공정 비중 확대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사장은 "올해 낸드플래시 출하량은 지난해와 비교해 40% 중반대 증가율을 보일 것"이라며 " 72단 3D낸드의 비중을 연말까지 전체 낸드플래시의 5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72단 3D낸드는 SK하이닉스가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양산을 시작한 낸드플래시 새 공정 기술이다. 1년 만에 생산 비중을 전체의 절반까지 끌어올리려면 막대한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전체 출하량을 용량 기준으로 지난해의 1.5배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점도 상당히 공격적 수준의 목표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초부터 글로벌 낸드플래시시장에서 반도체기업의 증설 경쟁으로 공급 과잉이 벌어지면서 낸드플래시 평균가격이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반도체기업들이 낸드플래시업황 악화에 반응해 하반기부터 시설 투자 규모를 줄이면서 공급량을 조절할 것이라는 전망이 증권가에서 유력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72단 3D낸드 양산기술을 갖춘 업체로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다른 반도체기업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72단 3D낸드는 고용량 모바일 낸드플래시나 서버용 SSD 등 고성능 저장장치의 성능을 높이고 생산원가를 절감하는 데 유리한 기술이다.
이 부사장은 "낸드플래시 평균가격 하락이 오히려 고객사들의 수요 증가를 이끌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높은 수준의 시설 투자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