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용 기자 romancer@businesspost.co.kr2018-07-25 16: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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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에서 대표적 바이오기업들의 주가가 각종 악재에 연일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바이오기업들의 주가 하락세를 놓고 바이오주 열풍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데 옥석 가리기를 통해 경쟁력 있는 소수의 바이오기업들만이 증시에서 살아남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바이오기업들의 주가가 연일 대부분 급락세를 이어가자 ‘바이오주 투자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대형 바이오기업인 셀트리온(-5.28%), 삼성바이오로직스(-5.36%)는 물론 코스닥 시총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5.78%), 신라젠(-7.95%), 메디톡스(-3.67%), 바이로메드(-5.24%), 에이치엘비(-2.01%), 코오롱티슈진(-5.71%) 등의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그동안 신라젠 주가는 9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에이치엘비 주가는 10거래일 연속 떨어졌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주가도 6~7거래일 하락세를 보였고 바이로메드 주가도 5거래일 연속 떨어졌다.
거래소가 공개하는 KRX헬스케어 지수도 주간 기준으로 최근 6주 연속 하락세를 보여주는 등 내림세다. KRX헬스케어 지수는 올해 1월15일 4918.37을 정점으로 7월24일 3765.05까지 추락했다.
특히 최근 바이오기업들의 주가 급락은 라정찬 네이처셀 대표가 18일 주가조작으로 구속되면서 본격화했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네이처셀 주가는 7월13일 1만5300원에서 현재 6천 원 초반으로 주저앉았다. 네이처셀 주가는 올해 3월16일 종가 기준 6만2200원까지 오르기도 했는데 최고점과 비교하면 10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들은 것이다.
네이처셀에 이어 신라젠도 지성권 부사장의 퇴사 배경을 놓고 임상3상 실패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바이오주 투자위축심리는 거침없이 확산됐다. 신라제 주가 역시 7월13일 7만400원이었으나 9거래일 만에 4만6300으로 반토막이 났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개인 비중이 높은 제약바이오 특성상 네이처셀 및 신라젠과 같은 종목들의 이슈는 전반적으로 제약·바이오 섹터의 기대감이나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여기에 중국 백신기업 창춘창성이 최근 인체용 광견병 백신과 영유아용 DPT(디프테리아ㆍ백일해ㆍ파상풍) 혼합예방 백신 검사기록을 조작했다는 사실도 알려지면서 바이오기업 투자심리를 한층 더 얼어붙게 만들었다.
금융당국도 찬물을 끼얹었다.
금융감독원은 25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첫 업무보고에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연구개발비를 비용 대신 무형자산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과 관련대 지도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금융감독원은 올해 4월부터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에 대해 ‘연구개발비’에 대한 회계 처리를 적정하게 했는지 테마감리를 진행하고 있었다.
금융감독원의 업무보고를 계기로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연구개발비 가운데 비용으로 처리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바이오기업들을 보는 증권 전문가들의 시선은 차갑게 식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제약·바이오 업종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성장 기대감과 실적 신뢰가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여전히 주가가 높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금융감독원의 회계감리 등으로 분위기 반전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2000년대 초반 IT버블과 최근 바이오주 열풍을 비교하며 바이오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옥석 가리기’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도 내다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바이오기업을 평가하는 데 있어 성장성과 기술성보다는 실적 위주의 평가기준이 점차 힘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