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단말기 자급제가 소비자들의 가계 통신비를 실질적으로 줄여줄 수 있는지 의견이 엇갈린다.
단말기 자급제란 소비자들이 이동통신사가 아닌 제조사, 가전 유통업체,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공기계 형태로 휴대폰을 구매하는 유통형태다.
▲ LG전자가 자급제 스마트폰으로 출시한 'G7씽큐' 이미지.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4일 “최근 들어 이동통신 유통구조 개편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SK텔레콤을 중심으로 이동통신3사가 단말기 자급제 활성화에 나서며 휴대폰 출고가 인하 경쟁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는 무약정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자급제 스마트폰시장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새 휴대폰을 출시할 때 자급제 스마트폰으로도 내놓는 등 이동통신 단말의 유통구조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9일에는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 화웨이가 스마트폰 '노바라이트2'를 한국에 자급제 스마트폰으로 판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반기 국회에서 이동통신 서비스와 단말기 판매룰 분리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논의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단말기 자급제가 소비자에게 이득이 되는 일인지와 관련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단말기 자급제가 정착되면 삼성전자, LG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가격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돼 현재 지나치게 비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스마트폰 출고가가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말기 자급제가 완전히 자리 잡으면 그 동안 이통3사와 제조사가 단말기 지원금을 통해 높은 출고가를 가리는 ‘눈속임’이 어려워진다”며 “제조사 사이에서 단말기 가격 경쟁이 시작돼 출고가가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7년 9월 단말기 완전 자급제 관련 법안을 발의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역시 “이동통신사가 서비스와 단말기를 같이 판매하면서 이동통신사 보조금 중심의 경쟁이 일어나 시장 과열, 이용자 차별 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제조사는 이동통신사에 지급하는 장려금을 통해 판매량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출고가를 내릴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사의 고가 스마트폰과 연계한 고가 요금제 판매 전략이 통하지 않게 되면서 이통3사와 알뜰폰업체 사이의 요금제 경쟁이 본격화 될 가능성도 있다.
단말기 자급제가 시행되면 그 동안 요금제와 연계해 판매돼왔던 고가 스마트폰의 수요가 줄어들어 ‘가성비(가격 대 성능비)’가 우수한 중저가 스마트폰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반대로 스마트폰 출고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단말기 자급제가 활성화되면 스마트폰 출고가는 오히려 상승할 것”이라며 “그 동안 이동통신사가 일정 부분 부담하던 스마트폰의 마케팅비용과 유통비용이 온전히 제조사의 몫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구매와 이동통신사 가입이 분리되면서 이동통신사 대리점이나 휴대폰 판매점에서 휴대폰 구매와 개통을 동시에 하던 기존의 구조보다 소비자의 불편이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가계 통신비 절감을 위해 이동통신 단말기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5월30일 발표한 ‘2017년 가계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월 평균 가계 통신비에서 통신장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3.2%였다. 가구당 월 평균 통신장비 지출은 2016년 1만5653원에서 2017년 3만1943원으로 2배가 넘게 올랐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