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3조3천억 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1년여 만에 99% 가량 이행했다.
현 회장은 현대증권을 매각하면 최소 4천억 원 이상의 유동성 자금을 확보하는데 이렇게 되면 애초 현대그룹이 정한 목표액을 초과 달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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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
현대증권 매각에 성공하면 팔겠다고 밝힌 자산 가운데 서울 남산의 반얀트리호텔만 남게 된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이 유동성 문제가 시급하지 않을 경우 반얀트리호텔 매각을 중단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증권 본입찰에 참가한 국내 사모펀드 파인스트리트와 일본계 금융 오릭스가 써낸 입찰가격이 장부가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
매각대상인 현대증권 지분 36.9%의 장부가는 6100억 원 정도다. 현대그룹은 애초 지분매각으로 최소 7천억 원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며 지난해 두 차례나 본입찰을 미뤄가며 몸값을 올리려 애를 썼다.
히지만 증권업 불황으로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현대증권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치는 현대그룹에서 애초 기대했던 수준보다는 낮을 가능성도 있다.
현대증권이 장부가 수준에서 매각되면 현대그룹은 6천억 원 안팎을 확보하게 된다. 이 가운데 자산유동화 대출로 받은 2천억 원을 빼도 최소 4천억 원 이상의 유동자금을 마련하게 된다.
산업은행은 올해 상반기 안에 현대증권 매각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현대그룹은 2013년 12월 자구 계획안을 발표한 뒤 순조롭게 이를 이행했다. 현대증권 매각이 순조롭게 끝나면 반얀트리호텔만 매각대상 자산으로 남게 된다.
반얀트리호텔은 2011년 현대그룹이 쌍용건설로부터 1600억 원에 사들였다.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상선·현대엘리베이터·현대로지스틱스·현대증권 등 4개사가 출자한 기업인수 특수목적회사(SPC) 현대엘앤알주식회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자구계획안에 따라 반얀트리호텔을 3년 만에 다시 매물로 내놓았다. 지난해 2월 매각주관사로 산업은행 M&A실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을 선정하고 매각작업에 착수했으나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반얀트리호텔이 매물로 나올 경우 호텔업계가 눈독을 들일 것이란 예상도 있었으나 인수후보자를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는 알려졌다. 지난해 6월 호반건설이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소문으로 끝났다.
반얀트리 호텔 매각 일정이 잡히지 않는 등 매각이 진척되지 않자 현대그룹이 반얀트리 호텔을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호권핑 반얀트리홀딩스 회장은 지난해 10월 반얀트리 2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현정은 회장을 만났는데 최대한 호텔을 지원하겠다고 하더라”며 “호텔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미루어 현대그룹이 반얀트리를 매각한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대그룹은 당시 호 회장의 발언과 관련해 “현 회장이 인사차 한 말을 잘못 해석한 것 같다”며 “반얀트리호텔 매각 계획을 수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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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산 반얀트리호텔 |
그러나 현대그룹이 자구 계획안 이행에 따라 유동성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반얀트리호텔을 매각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애초 계획대로 자구계획이 대부분 마무리 돼 유동성 문제가 시급하지 않으면 반얀트리호텔 매각을 중단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반얀트리호텔 매각은 애초 자구안에 포함돼 있었던 만큼 예정대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마땅한 인수후보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얀트리호텔은 서울 장충동 남산에 있는 6성급 럭셔리 리조트 호텔이다. 국내 부동산 개발업체 어반오아시스가 2007년 옛 남산 타워호텔을 인수해 리모델링한 뒤 2010년 반얀트리호텔로 다시 문을 열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