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공지능 스피커사업의 후발주자라는 단점을 극복하는 데 음성인식 기능의 개선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이르면 8월9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갤럭시노트9’ 공개 행사에서 인공지능(AI) 스피커를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 아마존과 구글, 애플의 음성인식 스피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스피커시장에서 후발주자다. 이미 세계시장에서는 아마존 에코, 애플 홈팟, 구글 홈 맥스 등이, 국내시장에서는 누구, 기가지니, 카카오미니, 클로버 등이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후발주자로서 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성인식 기능 개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동통신 전문 리서치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서 7월 초 발표한 ‘제27차 이동통신 기획조사’에 따르면 국내 인공지능 스피커 사용자 가운데 현재 인공지능 스피커 사용 만족률은 49%로 매우 낮았다.
불만족 이유는 ‘음성 명령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자연스러운 대화가 곤란하다’, ‘외부 소음을 음성 명령으로 오인한다’ 등 대부분 음성인식과 관련된 문제였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 스피커에 탑재될 ‘빅스비2.0’의 음성인식 기능을 개선한다면 현재 인공지능 스피커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고객들을 끌어올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음성인식 개선의 필요성은 더 높아진다.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8’에 탑재된 음성인식 인공지능 ‘빅스비’는 발매 초기 해외에서 혹평을 받았다. 음성인식률이 낮다는 것이 혹평의 주된 이유였다.
폭스뉴스는 지난해 7월 삼성전자가 빅스비의 영어 지원을 시작하자 “음성인식률이 떨어지고 대부분의 주요 앱을 동작할 수 없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갤럭시S8의 빅스비 전용 버튼을 구글 음성 서비스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는 사용자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스피커에 새로운 인공지능 음성인식 애플리케이션(앱)인 빅스비2.0을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빅스비2.0이 갤럭시S8에 탑재됐던 빅스비보다 월등한 성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이미 구글과 애플 등 경쟁사들의 제품이 점유하고 있는 세계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해외 인공지능 전문기업 케이엔진을 인수하는 등 빅스비의 음성인식 기능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빅스비2.0에는 삼성이 2016년 인수한 음성인식 기술 신생기업 비브랩스의 기술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음성인식 기능이 개선된다면 삼성전자의 가전제품 제품군과 시너지를 일으켜 소비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공지능 스피커가 단순히 음악 재생 기능을 넘어 홈 사물인터넷(IoT)의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홈 사물인터넷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가전 제품들이 하나의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삼성전자는 경쟁사들과 달리 TV,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 여러 가지 가전제품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홈 사물인터넷의 허브로 인공지능 스피커를 활용하기가 쉽다.
실제로 2월 전자제품 온라인 커뮤니티에 잠시 올라왔다가 삭제된 삼성전자 인공지능 스피커의 콘셉트 영상에서는 스피커를 이용해 전화를 걸고 TV와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 스피커 사용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제품이 ‘명령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라며 “빅스비2.0의 음성인식률이 삼성전자 인공지능 스피커의 성공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