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이 국내 편의점업계의 해묵은 과제 두 가지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가맹 수수료와 근접 출점문제다.
 
편의점 가맹수수료와 근접출점,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수면 위로

▲ 최저임금 인상이 국내 편의점업계의 해묵은 과제 두 가지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가맹 수수료는 편의점 본사와 가맹점주의 수익을 결정짓는다. 근접 출점은 국내 편의점업계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의 시발점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계기로 가맹 수수료를 시장 상황에 맞게 다시 조정하고 출점속도를 조절해 출혈경쟁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22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최근 CU(BGF리테일), GS25(GS리테일), 세븐일레븐(코리아세븐) 등 본사에 공문을 통해 가맹 수수료 변경 등의 협상을 요청했다.

가맹 수수료는 편의점 매출에서 매출원가를 뺀 매출총이익에서 가맹본부가 차지하는 금액을 말한다.

계약조건에 따라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매출총이익의 35%를 가맹본부가 들고 간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와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에 따르면 매출원가를 뺀 점주들의 월 평균 매출총이익은 대체적으로 1천만 원 안팎이다. 가맹 수수료를 떼고 나면 점주들이 손에 쥐는 금액은 650만 원 수준인데 여기에서 인건비와 임대료 등을 다시 빼야 한다.

가맹 수수료가 편의점 본사는 물론 점주의 통장에 들어오는 돈을 결정짓는 핵심인 만큼 가맹 수수료 인하를 두고 본사와 점주의 줄다리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점주들 사이에서는 가맹 수수료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특히 각 점포에 상품을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것만으로 큰 이익을 거두는데 굳이 또 가맹 수수료를 받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편의점 본사 입장에서는 가맹 수수료 인하 요구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앞으로 신규 출점이 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가맹 수수료마저 줄어들면 가맹본부 이익에도 타격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편의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맹 수수료 인하는 가맹본부 입장에서 물러설 수 없는 사안”이라며 “편의점회사들 수익에서 가맹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가맹 수수료를 내리면 앞으로도 계속 내리라는 압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가맹본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각 본사들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수백억 원에서 최대 수천억 원을 투자하는 상생안을 내놓았다”며 “가맹 수수료를 조정하라는 압박이 계속 들어오면 결국 각 본사들이 점주에게 주는 각종 지원금이나 장려금을 줄이고 가맹 수수료를 낮추는 방안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근접 출점문제는 가맹 수수료보다는 쉽게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맹본부들이 먼저 근접 출점을 자제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근접 출점 자제 등의 내용을 담은 자율규약을 만들어 공정거래위원회에 심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국내 편의점의 근접 출점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다른 브랜드끼리는 출점에 아무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너나할 것 없이 출점경쟁을 벌이다 보니 지난해 한 건물에 서로 다른 2개의 편의점이 생겼다가 결국 하나가 문을 닫기도 했다.

편의점 왕국이라 불리는 일본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편의점 수가 모두 5만8300여 개였다. 편의점 1곳이 인구 2200여 명을 담당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면 우리나라 편의점은 모두 4만여 개로 1300여 명이 편의점 1곳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근접 출점 자제 역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미 편의점이 많은 상황에서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은 물론 시장 확대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점유율이 높은 대형 편의점들의 독과점 지위가 더욱 굳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소비자 이익 역시 침해당할 수 있다.

편의점업계는 1994년 근접 출점 관련 자율규약을 만들어 시행했으나 공정거래위원회가 2014년 이를 '부당한 공동행위'로 보면서 폐기됐다. 당시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금지하는 독점으로 해석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