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LG유플러스와 KT를 의식한 나머지 감당하기 버거운 무제한요금제를 출시했다는 말이 나온다.
SK텔레콤은 18일 기존보다 LTE 데이터 제공량을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요금제를 개편했다. 10만 원대 요금에서 속도제한 없이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7만 원대와 6만 원대 요금제에서 데이터를 각각 150GB, 100GB를 준다.
SK텔레콤은 이번 요금제 개편으로 트래픽이 약 2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망을 최적화하고 기지국의 용량 증설 작업을 통해 2배 정도의 트래픽 증가는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의 이런 태도는 요금제를 개편하기 전과는 사뭇 다르다. LG유플러스가 2월 무제한요금제를 출시했을 때 SK텔레콤은 트래픽 과부하 문제 때문에 무제한요금제 출시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은 2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요금제의 대대적 개편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무제한요금제보다 나은 것이 등장할 수도 있다”며 무제한요금제 도입을 배제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증권가에서도 SK텔레콤은 주파수의 여유가 부족해 데이터 제공량을 크게 늘리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지만 SK텔레콤은 예상과 달리 KT와 비슷한 요금제들을 내놓았다.
하지만 SK텔레콤이 경쟁사와 비교해 LTE 주파수 여유가 부족한 상황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에서 LG유플러스에 이은 KT의 무제한요금제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무리수를 둔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SK텔레콤이 확보하고 있는 LTE 주파수는 70MHz로 50MHz를 가진 KT나 LG유플러스보다 단순 보유량은 많다. 하지만 가입자당 LTE 주파수는 SK텔레콤 5.9㎐, KT 6.9㎐, LG유플러스 8.4㎐로 가장 부족하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이 망을 최적화하더라도 폭증하는 트래픽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SK텔레콤의 장점인 '빠른 속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SK텔레콤의 내려받기 기준 LTE 평균 속도는 163.92Mbps로 이통3사 가운데 가장 빠른데 무제한요금제 이용자가 늘면 데이터사용량이 급증해 속도가 느려진다.
SK텔레콤은 과거에도 제대로 된 분석 없이 무제한요금제를 출시해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SK텔레콤은 2010년 3G 무제한요금제를 선도적으로 내놓으며 이동통신 가입자들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트래픽이 예상보다 많이 몰리면서 망에 과부하가 왔고 스마트폰 끊김 현상, 전화 수신 장애 등의 문제가 계속되자 가입자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새 요금제에 따른 트래픽 증가가 SK텔레콤의 예상치를 웃돈다면 과거와 똑같은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 셈이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은 올해 4월에도 통신망 과부하로 LTE 음성통화 장애가 발생하며 피해자들에게 약 185억 원의 보상을 해야 했다”며 “요금제 개편으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