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제네시스와 에쿠스 등 고급차 판매에서 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소비자들의 대형 차량에 대한 선호도가 과거에 비해 낮아졌고 제값받기 정책으로 현대차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판매가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미국시장에서 중소형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아직 벗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미국시장에서 고급차 판매 부진
현대기아차는 26일 미국시장에서 지난해 제네시스와 에쿠스를 각각 1만9133대와 3578대 판매했다고 밝혔다. 두 차량은 2013년에 비해 판매량이 각각 2.1%와 4.6% 감소했다.
기아차의 K9은 지난해 미국시장에 첫 선을 보인 이래 1330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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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
현대기아차는 현대차의 제네시스와 에쿠스, 기아차의 K9을 합쳐 2만4041대 판매해 미국 고급차 시장 점유율이 2013년보다 0.5% 올랐다. 하지만 현대기아차가 슈퍼볼 광고 등 공격적 마케팅을 펼쳤던 것을 감안하면 만족하기 어려운 성적으로 평가된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자동차시장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지만 미국 소비자들의 대형차 선호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미국 자동차시장은 모두 1652만2천여 대가 팔려 2013년보다 판매량이 5.9% 늘었다. 하지만 고급차는 모두 33만2174대가 팔리는 데 그쳐 2013년보다 판매량이 3.3% 줄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미국 소비자들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차량을 고를 때 연비와 가격 등 실속을 많이 따진다”며 “고급차 시장이 작아진 만큼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판매성적은 선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펼친 ‘제값받기 정책’도 고급차량의 판매부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파악한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해외시장에서 국내보다 차값도 싸고 품질보증도 더 오랜 기간 제공하는 공격적 판매전략을 펼쳐 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차량판매 마진을 높이기 위해 딜러에게 주는 인센티브를 줄였다.
이 때문에 지난해 출시된 신형 제네시스 등의 미국 현지 판매가격이 오르자 판매량이 소폭 감소했다는 것이다.
◆ 현대기아차 브랜드 인지도 끌어올려야
현대기아차가 벤츠와 BMW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브랜드 인지도를 아직 갖추지 못한 점이 고급차 판매부진에 영향을 줬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지난해 벤츠는 미국시장에서 고급차를 8만1679대 팔아 미국시장 고급차 점유율 1위에 올랐다. 단순 수치로 계산해 봐도 현대기아차보다 4배 가량 많이 팔았다. 2위를 차지한 BMW(19%)나 3위 GM(16.7%)와 비교해도 현대기아차의 고급차 시장 점유율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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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미국시장에 신형 제네시스를 출시하면서 미식축구 결승전 ‘슈퍼볼’ 광고를 내보내는 등 홍보에 공을 들였다. 광고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광고효과가 판매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판매하는 세단모델에 대한 인지도가 서서히 개선되기 시작했지만 고급차 장에서 글로벌 톱 업체들과 경쟁은 아직까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허위과장 연비를 기재했다가 거액의 벌금을 물었던 것도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기아차는 2012년부터 연비를 과장해 표기했다는 논란이 제기돼 조사를 받아오다 지난해 11월 모두 3억 달러(3220억 원)의 벌금을 내기로 미국 환경청(EPA)과 합의했다. 유사 사건에 부과된 벌금으로 사상 최고 액수였다.
미국 소비자들이 과거보다 차량 연비를 세심하게 따지기 때문에 현대기아차의 연비과장 문제는 브랜드 신뢰도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
일본의 토요타도 2009년 1200만 여 대에 이르는 대규모 리콜 사태를 겪으면서 안전에 대한 이미지가 곤두박질쳐 글로벌 판매량 1위를 GM에 넘겨준 적이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