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미국 테슬라와 에너지저장장치(ESS)사업에서 협력한 성과로 배터리 수주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신재생에너지 전문매체 리뉴이코노미에 따르면 테슬라가 호주에서 에너지저장장치 수주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SDI는 테슬라의 에너지저장장치에 사용되는 배터리 공급업체로 자리잡고 있어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
테슬라는 호주 정부가 지난해 전력난 해소를 위해 추진한 세계 최대 규모의 100MW(메가와트) 에너지저장장치 구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올해 250MW 규모 사업을 새로 수주했다.
호주 정부는 우선 1100가구에 시범적으로 테슬라의 새 에너지저장장치를 도입해 운영한 뒤 최종적으로 프로젝트 규모를 확정하기로 했다.
리뉴이코노미에 따르면 호주 정부가 테슬라의 에너지저장장치 시범 운영 결과에 초반부터 매우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어 대규모 프로젝트가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SDI는 올해도 테슬라에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를 계속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무학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SDI가 북미 고객사에 공급하는 원통형 배터리 공급 물량이 증가하며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며 "북미 고객사의 에너지저장장치 프로젝트가 큰 폭으로 증가하며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저장장치는 풍력과 태양광 등을 통해 생산한 신재생에너지를 저장해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호주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면서 불안정해진 전력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 구축을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테슬라는 에너지저장장치시장에서 비교적 후발주자지만 지난해 호주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훨씬 큰 규모의 추가 수주도 따내며 사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도 신재생에너지 도입에 속도를 내면서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세계 최대 규모 프로젝트의 성공 사례를 확보한 테슬라가 수주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까지 북미 에너지저장장치시장 규모는 용량 기준으로 지난해의 5배, 유럽시장 규모는 지난해의 3배 이상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는 전략적 협력사인 일본 파나소닉에서 배터리를 주로 받고 있지만 지난해 호주에서 에너지저장장치를 구축하면서 물량이 부족하자 삼성SDI의 원통형 배터리를 사들였다.
테슬라는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에 다른 업체들과 달리 중대형 배터리가 아닌 원통형의 소형 배터리를 적용한다.
삼성SDI가 원통형 배터리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충분한 생산능력도 확보하고 있어 테슬라의 배터리 협력사로 계속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테슬라가 호주에서 250MW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삼성SDI의 배터리 공급 실적도 이에 맞춰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의 원통형 배터리는 노트북과 전동공구, 전기자전거 등에 사용되는데 최근 제조사들이 원통형 대신 폴리머형 소형 배터리를 채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테슬라가 원통형 배터리의 대형 고객사로 자리잡으면서 삼성SDI가 안정적 매출처를 추가로 확보해 실적 성장에 더 힘이 실릴 수 있게 됐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파나소닉에서 계속 배터리 수급 부족을 겪는다면 삼성SDI의 공급 기회가 꾸준히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EV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주력차종 '모델3' 생산량을 대폭 늘리면서 여전히 배터리 물량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삼성SDI가 테슬라에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 공급 비중을 더욱 늘릴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