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향한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를 막아낼 수 있을까?
17일 SK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아시아나항공을 향한 적대적 인수합병의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은 것으로 시장은 바라보고 있다.
박삼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결코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오너 리스크까지 불거지면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후보기업들의 이름이 거명되는 등 여전히 시장의 관심은 뜨겁다.
아시아나항공에 욕심을 보이는 기업이 사모펀드 등과 손잡고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입에 나서면 박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금호산업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33.48%인데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11.98%를 쥐고 2대주주에 올라 있다.
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금호고속을 통해 금호산업을 지배해 아시아나항공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향한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가 나타나면 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추가로 사들여 지분을 높여야 한다.
문제는 박 회장이 지분을 추가로 사들일 자금여력이 충분하지 않는데다 금융권에서 조달하기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2010년 워크아웃 수순을 밟은 여파로 국내 금융권 수익에 타격을 입힌 만큼 금융권은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투자금융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박 회장은 그동안 정치권과 재계에 구축해 놓은 마당발 인맥을 통해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에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과거 아시아나항공의 지주사 격으로 있던 금호산업을 되찾는 과정에서 박 회장은 개인적 인맥을 최대한 활용하고 호남을 대표하는 기업이란 명분을 내세워 우호적 여론을 이끌어냈다. 이를 통해 금호산업을 인수하기 위해 나선 기업들을 주저앉히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런 인맥이 지금은 예전같지 않다는 말을 듣는다.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에서 산업은행과 갈등을 겪어 금호타이어를 부도 직전으로 몰고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해 금융당국과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건을 위해 무리수를 두면서 최근 기내식 대란을 낳았다는 비난을 받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조사대상에 오르는 등 문재인 정부 들어 정치권과 관계도 소원하다는 말이 나돈다.
더욱이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을 중심으로 경영 퇴진 요구와 갑횡포 및 경영비리 폭로가 계속 나오는 점 등도 박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어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가 나타나면 대응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