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에쓰오일 지분 매각을 끝냈다. 지난해 7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지 6개월 만이다. 매각대금은 1조9830억 원 가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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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지분 매각대금은 그동안 당국의 인허가에 발목이 잡혀 입금되지 않았지만 매각이 완료되면서 곧 입금된다.
대한항공은 이번 매각대금으로 자회사 한진에너지 차입금 1조500억 원을 갚고도 9330억 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
이번 매각은 한진그룹이 2013년 12월 발표했던 3조5천억 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안의 일환이다.
당시 대한항공은 한진에너지가 보유한 에쓰오일 지분, B747-40 등 노후항공기 13대, 부동산 자산 등 3조5천억 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고 한진해운을 추가지원하기로 했다.
가장 비중이 높았던 에쓰오일 지분 매각이 완료되면서 노후 항공기 매각과 부동산 매각만 남게 됐다.
대한항공은 올해부터 2017년까지 항공기 44대를 매각하기로 했다. 원래 매각하려던 13대의 4배 수준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12대, 2016년 18대, 2017년 14대를 차례로 매각하는 계획을 세웠다. 항공기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대한항공은 1조 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항공기 수요가 많기 때문에 매각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현재 150여 대의 항공기를 운용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13대를 시작으로 2017년까지 모두 52대를 도입하려고 한다. 하지만 신형 항공기는 리스 등으로 확보하기 때문에 자금부담이 덜하다.
대한항공은 2013년 말 연료효율이 좋지 않은 구형 항공기 13대를 매각해 2500억 원 가량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항공기를 3대 매각해 800억 원을 마련하는 데 그쳤다.
대한항공이 원래 계획보다 더 많은 항공기를 매각하게 된 이유는 대한항공의 재무구조에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재무구조 개선안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계열사 지원, 호텔사업 확대, 항공기 도입 등 투자를 늘려왔다.
대한항공의 전체 차입금은 14조5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1년 안에 도래할 차입금은 4조8천억 원이며 이 가운데 회사채는 1조 원 규모다.
대한항공의 부채총액도 2013년 말 18조7천억 원에서 지난해 9월 말 19조3천억 원으로 6천억 원 늘었다.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823.3%에서 837.0%로 13.7%포인트 높아진 데 이어 지난해 말 1000%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3년 말 발표한 재무구조 개선안 가운데 부동산 매각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율도 비축유 기지와 서울 강서구 등촌등 교육원을 매각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부동산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1조 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 5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유상증자가 성공하면 일시적으로 자금압박을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으로 한진해운을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우려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유상증자는 오는 3월 진행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