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간편결제업체에 맞설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만드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통합 플랫폼의 비용 부담 문제는 물론 간편결제업체의 서비스와 비교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지를 두고 카드사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린다.
 
간편결제회사에 맞서 신용카드사의 결제 통합플랫폼 동맹 난항

▲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사들이 7월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가기로 한 통합 플랫폼 사업이 답보상태에 빠져있는 만큼 실질적으로 일반화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사들이 7월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가기로 한 통합 플랫폼사업이 답보상태에 빠져있는 만큼 실질적으로 일반화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보통신기술(ICT)업체 등이 다양한 간편결제 서비스를 기반으로 시장 지배력을 키우는 가운데 카드업계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있다.

국내 간편결제시장은 하루 평균 거래액이 1천억 원(2018년 1분기 기준)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했지만 여기서 카드사와 은행 등 금융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협의체를 꾸려 모든 카드사가 함께 등록해 쓸 수 있는 통합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고 결제방식 기술을 표준화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카드사들이 각각의 ‘앱카드’를 만들어 모바일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힘을 분산하고 있지만 이를 한데 모아 하나의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었다. 앱카드란 휴대전화에 카드사의 전용 앱을 깔고 기존 신용카드 번호를 등록해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카드사 자체 서비스를 말한다.

카드사들은 2018년 초부터 결제 시스템 개발에 착수하고 그 결제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는 ‘한국형 근접무선통신(NFC) 단말기’를 상점들에 보급해 7월부터 시범적으로 운영하기로 했지만 지지부진하다다. NFC 결제는 10㎝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서 기기 사이에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기술이다. 

단말기를 보급하는 데 드는 비용을 두고 카드사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카드사들은 금융당국의 지침대로 2016년에 집적회로(IC)단말기 교체사업에 1천억 원을 부담한 상황에서 추가로 NFC 결제 단말기 설치를 위해 또 대규모의 자금을 출연하는 데 회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수익 감소로 자금 사정이 넉넉지 못한데 당장 고객 확대로 이어지는 사업도 아닌 만큼 선뜻 거액의 자금을 내놓기 어렵다는 것이다.  

통합 앱카드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새 고객을 유치하는 게 아니라 기존 고객의 지갑 속에 있던 플라스틱 카드를 스마트폰으로 옮겨 놓는 밑작업인 만큼 카드사들이 적극적으로 NFC 단말기 인프라 구축에 동참하기엔 유인이 다소 부족한다는 말도 나온다.

카드사들이 합의한 초반 보급량은 9만대 정도이다. 전체 가맹점 267만 개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인만큼 앞으로 보급해야 할 양이 산처럼 많다. 

이 밖에 통합 플랫폼사업이 시범 운영을 넘어서 실제로 상용화될지를 놓고도 우려가 많다.

국내 아이폰 사용자를 대상으로는 이 통합 플랫폼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애플이 자체적 NFC 기술 기반의 ‘애플페이’만을 아이폰에 탑재할 수 있도록 다른 기술을 차단해 놓았기 때문이다.

여러 문제들에 부딪치자 카드사들 사이에서 ‘QR코드’ 등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QR코드 결제는 고객이 휴대전화에 QR코드를 띄우면 가맹점이 이를 QR코드 단말기로 읽어 결제하는 방식과 가맹점 단말기에 QR스티커를 부착하고 이를 고객이 찍어서 결제하는 방식 등 2가지로 나뉘는데 비용이 저렴하다.

QR코드 단말기는 설치비용이 1만 원~2만 원대이고 QR 스티커는 1천 원 정도에 불과하다. NFC 단말기는 15만 원~20만 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통합앱으로 카드 매출이 느는 것과 NFC 단말기 구축의 지원비용 등을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지급결제시장이 간편결제업체의 주도 아래 형성되고 있는 만큼 카드사들이 힘을 모으지 않는 한 승기를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