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부동산 개발회사 SKD&D의 사업영역을 확장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 부회장이 계열 분리 시 SK건설 지분 정리를 염두에 두고 SK디스커버리의 손자회사인 SKD&D를 온전한 건설회사로 키우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돈다.
SK그룹에서 주거용 부동산 개발은 SK건설, 비주거용 부동산 개발은 SKD&D로 어느 정도 역할이 나눠진 상태였는데 최근 SKD&D가 주거용 부동산 개발에도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SKD&D는 7월 1500억 원을 들여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메트로빌딩을 사들였다. 건물 매도자인 마스턴자산운용이 2016년 말 860억 원을 주고 이 건물을 구입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2년이 안 되는 시간 차이를 두고 2배 가까운 비용을 지불한 것이다.
메트로빌딩이 주거용 오피스텔로 개발이 추진되고 2017년 말에 서초구청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마친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SKD&D는 메트로빌딩을 프리미엄급 주거시설로 개발해 투자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SKD&D의 사업영역 확대는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
SKD&D는 1월 70억 원을 투자해 리츠 자산관리회사(AMC)인 ‘디앤디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고 1~2인 가구용 임대주택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SKD&D는 그동안 비주거용 부동산 개발사업에 집중해왔다. 오피스텔, 비즈니스호텔, 상업시설, 물류시설 등이 주요 개발상품이다. 풍력발전, 태양광발전, 에너지저장장치 등 신재생에너지분야의 부동산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SKD&D의 주거용 부동산 개발사업 확대를 놓고 최 부회장이 SK건설 지분을 정리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한창 공을 들이고 있는 SK하이닉스의 공장 건설을 맡고 있는 SK건설을 포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도 최 부회장의 SK 지분 정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 SK건설은 SK그룹의 지주사인 SK와 SK디스커버리의 지분 정리가 필요한 상황에 놓여있다. 2018년 3월 말 기준으로 SK와 SK디스커버리는 SK건설의 지분을 각각 44.48%, 28.35% 보유하고 있다.
최 부회장이 SK디스커버리를 출범하고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면서 SK나 SK디스커버리 어느 한 쪽은 SK건설의 지분을 포기해야 한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주사는 계열사 외 회사의 주식을 5% 이상 보유할 수 없다.
SK건설이 SK그룹와 SK디스커버리그룹 가운데 어느 쪽으로 편입될지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최 부회장이 SK디스커버리의 계열사인 SKD&D의 주거용 부동산 개발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SK건설을 포기하는 것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최 부회장이 SK건설을 포기하는 아쉬움을 SKD&D를 온전한 건설회사로 키우는 것으로 달랠 수 있다고 보는 셈이다.
최 부회장은 건설사업과 인연이 깊다. 2000년부터 SK건설의 기획실장 전무이사를 맡았고 2008년에는 SK건설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을 맡아 경영을 이끌었다.
하지만 2013년 SK건설이 2000년 이후 최대 규모인 4900억 정도 영업손실을 내자 SK건설의 모든 자리에서 물러났다.
최 부회장은 경영에 책임을 진다며 그가 보유한 SK건설의 주식 560억 원어치를 회사에 증여하기도 했다. 2016년에는 남은 SK건설 보유주식 전량을 처분했다.
현 시점에서 SK건설을 SK디스커버리의 계열사로 편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계열사로 편입하기 위해서는 SK디스커버리가 10%가 넘는 SK건설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고 SK의 보유지분도 정리해야 하는데 재무적 측면에서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