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원 부회장이 이끄는 SK디스커버리그룹이 SK그룹에서 계열분리될 날이 다가오는 것으로 보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디스커버리그룹은 이미 SK그룹 안에서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데다가 최근 정부의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계열분리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최창원, 재벌개혁 기조로 SK디스커버리 계열분리 서두르나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부회장.


최 부회장이 이끄는 SK디스커버리그룹은 SK그룹에 포함돼 있지만 사실상 독립적 기업집단으로 볼 수 있다.

최 부회장은 2006년 12월에 SK케미칼을 대표이사를 맡은 뒤부터 10년 넘게 SK디스커버리그룹을 독자적으로 이끌고 있다.

지주회사인 SK디스커버리 주식을 꾸준히 사들여 2018년 7월12일 기준으로 지분율이 37.54%에 이를 만큼 지배력도 확고하다.

최 부회장은 2017년 12월 기존 SK케미칼을 지주사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SK디스커버리로 회사이름을 바꾸고 사업부문을 분할해 신설법인 SK케미칼을 설립했다.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을 비롯해 SK가스, SK신텍, SK플라즈마 등을 거느리면서 사실상 SK디스커버리그룹을 완성했다.

SK그룹에서는 수년 전부터 최 부회장 외에도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의 계열분리 가능성도 계속 제기됐다. 다만 최신원 회장이 보유한 SK네트웍스 지분이 1%도 되지 않아 당장 계열분할할 가능성을 크지 않은 것으로 재계는 바라본다.

최 부회장이 SK디스커버리그룹을 독립적으로 경영하면서도 SK그룹과 계열분리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최 회장과 관계도 좋은데다 굳이 계열분리의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큰 데 최근 들어 정부의 압박이라는 외부요인이 생겨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6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경영에 참여하는 대주주 일가는 주력 핵심 계열사의 주식만을 보유하고 나머지는 가능한 빨리 매각해 달라”며 “지분 매각이 어렵다면 가능한 계열분리를 해 달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국내 대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내부거래를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승계자금 마련 등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보고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SK그룹은 공정위의 내부거래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으로 SK그룹은 내부거래 비중이 23.3%로 국내 대기업그룹 가운데 가장 높다. 금액규모도 29조4천억 원으로 현대자동차그룹(30조3천억 원) 다음으로 크다. 

특히 석유화학 계열의 내부거래 규모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큰 계열사인 SK에너지는 내부거래 비중이 66.3%, 거래규모는 13조 원에 이르렀다.

다만 최 부회장이 SK디스커버리그룹을 SK그룹에서 계열분리하기 위해서는 풀어야할 마지막 숙제 하나가 남아 있다.

SK건설의 지분 정리 문제다. 최 부회장은 계열분리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지주사체제의 완성을 위해서도 SK건설 지분 정리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8조의2 지주회사의 행위제한 규정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계열사가 아닌 회사의 주식을 5% 이상 보유할 수 없다.

SK그룹의 지주사인 SK와 SK디스커버리 모두 SK건설의 지분을 들고 있다. 2018년 3월 말 기준으로 SK의 지분율은 44.48%, SK디스커버리의 지분율은 28.35%다. 

SK디스커버리는 2019년 말까지 SK건설의 지분을 모두 처분하거나 SK건설의 지분율을 40%까지 높여 자회사로 편입해야 한다.

SK건설이 SK와 SK디스커버리 가운데 어느 쪽으로 편입될 지를 놓고 전망이 엇갈린다.

증권업계에서는 SK건설의 상장이 먼저 진행된 뒤 SK 또는 SK디스커버리가 지주회사의 상장 계열사 지분 최소 요건인 20%만 남기고 나머지 지분을 팔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