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체제 전환을 마무리하기 위한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15일 현대중공업그룹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9월 안에 발표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해 4월 지주회사 현대중공업지주를 설립하면서 지주사체제로 전환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권 부회장은 올해 4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안에 지주사체제를 위한 순환출자고리를 모두 해소하고 2019년에는 공정거래법의 테두리에 맞는 지주사체제를 완벽하게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와 관련한 계획을 내놓는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를 끊기 위해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지분 3.93%를 우선 처분해야 한다. 13일 종가 기준으로 2600억 원 정도에 해당한다.
현대중공업지주가 현대오일뱅크 상장으로 자금을 조달해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지분을 살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10일 열린 증권사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 “현대오일뱅크를 상장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라”며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을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지주는 1분기 말 기준으로 현대오일뱅크 지분 91.13%를 보유해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데 올해 10월 현대오일뱅크를 상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가치는 약 8조~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이렇게 되면 현대중공업지주가 현대미포조선의 현대중공업 지분을 무리없이 사들일 수 있다.
이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가 정유업황에 관계없이 상장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현대오일뱅크 상장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가 순환출자고리를 끊기 위한 자금 확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권 부회장은 현대중공업지주의 증손자회사인 현대미포조선 지분도 처리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지주의 손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은 현대미포조선 지분 42.34%를 보유하고 있는데 공정거래법은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증손자회사의 지분을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단, 손자회사가 증손자 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는 것만은 가능하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도 시장이 받을 충격을 최대한 줄이고 자금 소요도 최소화하는 방법을 택할 것”이라며 “현대중공업은 가만히 있을 것이며 단순히 기업을 합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대삼호중공업이 현대미포조선의 지분을 더 사들여 100%를 보유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현대삼호중공업이 현대미포조선 지분을 57.66%를 더 사들여 100% 보유하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13일 종가 기준으로 현대미포조선 지분 57.66%의 가치는 1조 원에 가깝다. 현대삼호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별도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6천억 원 규모이기 때문에 현대미포조선 지분을 더 사들이기는 버거울 수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중간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등의 방법을 쓸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중공업지주 아래 현대중공업 등을 통해 중간지주회사를 세워 중간지주회사가 현대삼호중공업을 자회사로, 현대미포조선을 손자회사로 거느리게 만들면 공정거래법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현대중공업이 현대삼호중공업의 현대미포조선 지분을 사서 현대미포조선을 현대중공업의 자회사이자 현대중공업지주의 손자회사로 만들거나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을 합병하는 방법도 꼽힌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움직이지 않는다고 방침을 정해뒀고 합병은 자칫 시장에 가해지는 충격이 클 수 있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