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의 여성 CEO 바라, 태풍을 만나다  
▲ 메리 바라 GM CEO
미국의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가 지난달 160만 대의 리콜을 선언했다. 차량 점화장치에 결함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국 곳곳에서 집단소송에 직면했다. 메리 바라 GM CEO 가 취임한 뒤 첫번째로 맞는 큰 위기다. 
 
지난달 리콜 선언 당시 GM은 점화 스위치에 운전자가 힘을 주면 시동이 꺼지는 문제를 2003~2004년께부터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문제를 인식하고 리콜을 결정하기까지 10년이 걸린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그동안 이 결함으로 12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GM이 이보다 더 일찍 문제를 알고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13일 GM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제출한 자료에서 “새턴 아이언 차량 점화 스위치가 잘 꺼지는 등의 문제가 2001년 개발단계에서부터 드러났으나 재설계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GM이 미리 결함을 인지했다고 털어놓음에 따라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점화장치 결함과 관련해 텍사스주와 미시건주, 캘리포니아주에서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결함을 알면서도 은폐하고 차를 판매해 온 것이기에 앞으로도 집단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 통신은 캘리포니아에서 소장을 제출한 로펌의 말을 인용해 “중요한 안전 정보를 알리지 않은 GM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금과 함께 자동차 소유자 개개인에게 250(약 27만 원) 달러씩, 총 3억5천만 달러(약 3770억 원) 이상의 손해배상을 원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GM 역사상 첫 여성 CEO가 된 메리 바라는 엔지니어로 시작해 유리천장이 아닌 ‘강철천장’을 뚫은 입지전적 인물로 꼽힌다.  바라는 19일(현지시각) 리콜 사태와 관련한 첫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벌어진 일에 대해 GM은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점화장치 결함을 CEO로 선임된 지 2주 후인 지난해 12월 말에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리콜 사태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바라는 엔지니어로 시작해 GM에서 33년간 근무해온 베테랑이다. 그만큼 GM의 내부 실정을 누구보다 잘 꿰뚫고 있는 바라가 과연 이 결함을 몰랐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정말 몰랐다 해도 문제다. 그는 CEO가 되기 전에도 제조 및 엔지니어링 부장·부사장, 인적자원 부사장 등의 요직을 거쳤다. 간부로 재직했는데도 이런 문제를 몰랐다는 것은 그만큼 GM의 조직문화가 경직되어 있고 불투명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바라는 지난 17일(현지시각)에 GM 홈페이지에 올린 동영상에서  GM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띄웠다. 약 4분 분량의 이 동영상에서 바라는 “이번 사건으로 리콜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바꾸겠다. 우리는 이 기회를 우리 비즈니스의 많은 것을 바꾸는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GM은 정부의 구제금융을 졸업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다. 새로운 CEO와 함께 옛 명성을 다시 찾기 위해 노력하는 와중에 이런 문제가 터져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자동차 품질에 관한 신뢰가 무너져 판매량 감소가 우려된다. 도요타는 2009년 일어난 차량 급발진 사고 이후 미국 시장 점유율이 2009년 17%에서 최근 14% 아래로 떨어졌다.
 
앞으로 집단소송에 대응하는 일이 큰 문제다. 여러 곳에서 소송이 걸린 만큼 GM이 결함을 은폐했다는 점이 입증되면 천문학적 금액을 배상할 판이다. 도요타의 경우 집단소송에 대한 합의금으로 11억 달러(약 1조1800억 원)를 지불했다.
 
CEO로 취임하자마자 터져 나온 문제를 바라는 어떻게 해결할까. 이번 리콜사태는 GM의 미래를 점칠 수 있는 동시에 바라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