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부동산시장이 심각한 침체에 빠져있다.

조선업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거제 부동산시장의 하락세는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반등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고 그 여파는 경남 거점지역인 창원에까지 미치고 있다.
 
조선업황 회복 더뎌 창원 거제 부동산도 수렁에서 허우적

▲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청약위축지역으로 지정해 집값 하락을 방어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오히려 매수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경남 거제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3년 반 넘게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거제 아파트 매매가격이 주간 단위로 상승한 것은 2014년 11월24일 이후 단 한 차례도 없다. 전국을 통틀어 거제보다 아파트 매매가격의 하락폭이 큰 곳은 전무하다.

거제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세에서 반등하지 못하는 것은 지역경기 침체와 깊은 연관이 있다. 거제 집값의 하락세가 본격화한 시기는 거제의 경제를 떠받쳐온 조선업이 불황에 빠진 시기와 겹친다.

거제에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등 국내 2, 3위 조선사가 모여있다. 

삼성중공업은 2014년 영업이익 1830억 원을 냈다. 2년 전인 2012년과 비교해 영업이익 규모가 85%나 급감했다. 2015년에는 영업손실 1조5019억 원을 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적자를 보였다.

대우조선해양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낸 4년 누적 영업손실 규모는 5조2천억 원이 넘는다.

두 회사는 천문학적 영업손실에 따라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2013년만 하더라도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서 일한 직원은 2만7천 명에 육박했으나 3월 말 기준으로 2만 명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친다.

조선업 불황에 따라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이 대거 거제에서 빠져나가면서 주인을 찾지 못하는 집이 늘어가고 있고 이에 따라 집값이 꾸준히 하락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 조선기자재를 납품하던 협력기업들이 줄도산한 영향도 크다.

거제 부동산시장 침체는 인근 지역인 창원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창원시에 속한 모든 구의 아파트 매매가격도 2016년 이후 단 한 번도 상승하지 않았다.

경남 미분양 주택물량은 5월 말 기준으로 1만4955가구다. 2017년 5월보다 미분양 주택물량이 65.4% 급증한 것이며 전국 미분양 주택물량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창원과 거제의 미분양 주택물량은 2015년 1월과 비교하면 현재 15.5배나 늘어난 8648가구다.

문제는 조선업황의 회복이 더뎌 주택경기 불황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금융결제원 자료를 분석하면 2018년 상반기 청약시장에서 경남의 청약률은 9.1%를 기록했다. 100가구 분양에 9가구만 주인을 찾았다는 뜻이다. 노동자들이 빠져나가다보니 주택 재고만 쌓이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경남의 집값 하락과 미분양 급증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7년 말부터 경남 거제 등을 청약위축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청약위축지역에 지정되면 오히려 부동산시장이 ‘공식적으로 좋지 않은 지역’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어 경남 주민들 사이에서도 반발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수도권과 부산 등에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 청약조정대상지역 선정 등 맞춤형 부동산대책을 적용하고 있는 것처럼 경남에도 상황에 맞는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지역경제 침체라는 근본적 원인이 해소돼야 대책이 힘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