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를 놓고 기존 화폐를 대체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바라봤다. 

가상화폐가 기술 발전을 통해 투자자산과 지급수단으로 보편화된다면 금융시장의 안정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은행 “가상화폐가 기존 화폐 대체할 가능성 매우 낮다”

▲ 한국은행은 6일 '암호자산과 중앙은행' 보고서를 통해 가상화폐가 기존 화폐를 대체할 가능성은 낮지만 투자자산과 지급수단으로 보편화되면 금융안정과 통화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진은 비트코인 모형주화의 모습.


한국은행은 6일 ‘암호자산과 중앙은행’ 보고서를 통해 가상화폐(암호자산)가 화폐처럼 쓰이는 것은 어렵고 해외송금 등 제한적 분야에서 지급수단으로 쓰일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가상화폐는 가치 변동이 매우 크고 화폐 통용의 법적 강제력도 없어 단기간 안에 (기존 화폐처럼) 광범위한 수용성을 보유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현금과 신용카드 등과 비교해 수수료와 처리시간 등의 거래비용과 가치의 안정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낮다”고 바라봤다. 

가상화폐 가격이 그동안 크게 변동해 왔던 점을 감안하면 화폐의 역할 가운데 하나인 가치 척도로 쓰이기도 힘들다고 봤다. 화폐는 중앙은행에서 공급량을 조절할 수 있지만 가상화폐는 알고리즘에 따라 공급량이 사전에 결정되는 만큼 가격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화폐는 교환의 매개수단, 계산 단위, 가치의 저장수단 기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며 “이를 감안하면 현재 시점에서 가상화폐가 기존의 화폐를 대체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은행은 “가상화폐의 기술적 문제가 해결되고 일반 사회에서 가상화폐를 받아들일 수용성도 높아진다면 투자자산과 지급수단으로서 이전보다 폭넓게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가상화폐가 투자자산과 지급수단으로서 지금보다 위상이 높아진다면 지급결제업계의 경쟁을 촉진하겠지만 관련 제도의 안정성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가상화폐는 인터넷뱅킹과 신용카드 등 기존 지급서비스와 경쟁하면서 결제수수료율 인하와 모바일 지급서비스와 같은 편의성 강화 등을 이끌어낼 수 있다. 

다만 가상화폐 거래소 등이 가상화폐를 이용한 지급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신용과 유동성 문제로 돈이 늦게 들어오거나 해킹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가상화폐가 투자자산과 지급수단으로서 보편화된다면 변동성이 많고 거래 투명성도 낮기 때문에 금융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국은행은 “가상화폐와 기존 금융기관의 연계성이 높아지면 관련 시장의 충격이 금융 시스템으로 퍼질 수 있다”며 “해킹과 가격조작 등으로 가상화폐 가치의 안정성이 흔들리면 투자금융기관의 신뢰도 함께 떨어져 금융 안정이 저해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가상화폐가 지금은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지만 보편화되면 지급준비율 조정의 파급 효과가 약해지고 통화지표의 유용성도 떨어지는 등 통화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한국은행은 “가상화폐가 경제적으로 크게 확산될 가능성은 현재 낮아 보이지만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 등에 따라 지급수단으로 더욱 널리 활용될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지급결제, 금융안정, 통화정책 등 중앙은행의 업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가상화폐의 보편화 가능성에 대비해 국내외 거래동향과 지급수단으로 쓰일 가능성을 면밀하게 지켜보기로 했다. 주요20개국(G20) 등 가상화폐와 관련된 국제 논의와 공조에 적극 참여하고 가상화폐 규제 등의 정책적 대응을 위해 정부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디지털화폐의 발행 여건, 성격, 중앙은행의 개별 업무에 미칠 영향 등을 분석하고 법적 문제과 기술적 실현 가능성 등도 연구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