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판매대리점에서 이동통신사들이 주는 판매장려금 제도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방통위는 최근 이통사들이 판매장려금을 과다하게 지원하고 유통업체들이 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면서 사실상 불법보조금으로 변질됐다고 보고 실태점검에 나섰다.
하지만 방통위는 판매장려금 제도에 쉽게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방통위가 판매장려금을 제한하면 지나친 시장개입이라는 비판을 들을 수 있고 휴대폰 유통시장 전체가 침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판매장려금 실태점검 나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이통3사가 대리점과 판매점에게 주는 판매장려금에 대해 실태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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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
방통위는 이번 실태점검을 통해 이동통신 사업자가 이용자에 대해 차별을 했거나 지원금을 과다하게 지급하는 등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을 어긴 사실이 드러나면 사실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사실조사는 과징금이나 영업정지 같은 규제를 위한 조사를 말한다.
이는 지난 16~18일 이동통신사들이 갤럭시노트4, 아이폰6 등 주요 단말기에 장려금을 최고 50만 원까지 올린 데 따른 것이다.
방통위는 16일 이통3사 팀장급 회의를 소집했고 17일 임원들까지 소집해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러나 그뒤에도 판매장려금이 평소보다 20만 원 가량 높게 유지되는 등 시장에 과열상황이 계속됐다.
방통위는 지난해 4분기 ‘아이폰6 대란’에 대해 이통3사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대리점과 판매점 등 유통업체들에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했다.
당시 이통3사는 가입자당 20만 원 안팎으로 대리점에 지급되던 단말기 판매장려금을 아이폰6 출시 뒤 올렸다. 그 결과 유통업체들끼리 보조금을 크게 올려 지급하는 이른바 ‘아이폰6 대란’이 벌어졌다.
이통3사는 지난 11월 아이폰6 16GB 모델에 대해 최고 55만 원의 장려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 판매장려금 제도 손대지 못하는 방통위
방통위는 이통3사가 판매장려금을 과도하게 지급해 유통업체들이 이를 소비자들에게 돌리면서 불법 보조금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본다.
방통위는 이통3사가 단통법 시행 이후에 가입자 유치가 어렵자 판매장려금을 통해 가입자를 늘리려는 것으로 파악한다.
업계에서 방통위가 판매장려금에 상한선을 두어 불법 보조금으로 악용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방통위는 판매장려금 제도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판매장려금은 이통사가 해당 제품을 팔아준 유통업체에 지급하는 ‘판매수수료’ 개념이기 때문에 당사자끼리 결정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업계에서 지배적이다.
방통위는 판매장려금 상한제를 두면 지나친 시장개입으로 이어져 시장경제원리를 위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판매장려금 상한제를 도입하면 영세 유통업체들에게 큰 피해가 갈 수 있는 점도 방통위로 하여금 판매장려금 제도에 손을 대기 힘들게 한다.
방통위는 일단 판매장려금의 흐름을 면밀히 관찰히기로 했다. 이통3사를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이상 징후가 보이면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현재 시장감시단을 꾸리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20일 “정부가 무조건 시장에 개입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며 “현행 법 체계 아래서 불법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동통신 시장을 관리하는 게 방통위의 목표”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심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