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이 집행유예를 받고 석방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3부(부장판사 이영훈)는 뇌물 혐의와 관련한 1심 선고공판에서 김 전 비서관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2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범행의 질이 좋지 않고 특활비를 받은 사실을 철저히 감춘 데다 재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범행사실을 계속 부인하는 등 진지한 반성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개인적 이득을 취하지 않았고 뒤늦게나마 잘못을 인정한 점, 이 사건 전의 범죄 전력이 없는 점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김 전 비서관이 특활비 5천만 원을 수수한 것에 관해 횡령만 유죄로 보고 뇌물수수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돈이 안가에서 전달되는 등 방법이 은밀하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뇌물로 인식하고 받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여러 사정들을 종합해보면 5천만 원이 직무 관련 뇌물이라는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횡령을 놓고는 "(김 전 비서관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행위에 적극 편승해 스스로의 목적을 이루는 등 범행에 가담하고 지배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김진모 전 비서관은 2009년~2011년 청와대 파견근무를 하면서 신승균 당시 국정원 국익전략실장 등에게 5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2월 구속기소됐다.
김 전 비서관은 이 돈을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폭로한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입막음용‘으로 줬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번 판결은 법원이 국정원 특활비 수수와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에게 내린 첫 판단이다.
김 전 비서관은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청와대 파견검사와 민정2비서관을 거친 뒤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인천지검장, 서울남부지검장 등 요직을 역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