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명보험업계는 올해 불황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생명보험회사들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순이익 3조793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1% 늘어났으나 삼성생명의 삼성물산 주식처분 이익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순수한 보험영업이익은 오히려 4059억 원 줄었다.
생명보험회사들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절감에 들어갔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생명보험회사들의 직원은 2만5327명이다. 2013년 10월 2만7745명에서 약 9% 줄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생명보험회사들이 지난해 4분기에도 좋지 못한 실적을 낼 것으로 본다. HMC투자증권은 지난 8일 생명보험회사들의 4분기 합산실적이 시장 기대치보다 무려 75%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명보험회사들은 올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미래의 수익원을 찾으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 온라인과 모바일 진출하는 생보업계
생명보험회사들 가운데 온라인 보험을 팔거나 올해부터 진출하려는 기업은 모두 15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교보생명의 온라인 전업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회사들이 온라인보험을 주로 판매한다. 그러나 중견 보험사들까지 올해 상반기에 온라인 보험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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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재홍 KDB생명 사장 |
온라인 생명보험 시장은 지난해 9월까지 1만3680건의 판매실적을 냈다. 생명보험회사들이 이 기간에 온라인으로 거둬들인 신규가입자의 첫달 초회보험료는 약 10억 원이다. 이들 가운데 KDB생명,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삼성생명이 시장점유율 66%를 차지한다.
생명보험회사들은 온라인 보험의 보험해지율이 낮은 점을 높이 평가한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의 경우 가입자 100명 당 94명이 보험 가입 1년 뒤에도 계속 보험료를 납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생명보험회사 고객이 1년 뒤에도 보험계약을 유지하는 비율인 82.7%보다 훨씬 높다.
소비자가 직접 조건을 따진 뒤 보험상품을 고르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은 것도 강점이다. 지난해 보험업계의 상품 관련 민원은 한 달 평균 600건 이상 발생했다. 그러나 온라인 생명보험시장 1위인 KDB생명은 민원을 전혀 받지 않았다.
온라인 생명보험은 보험료가 오프라인보다 약 20% 정도 싸다. 인터넷에서 가입부터 청약까지 모두 끝내기 때문에 설계사 수수료나 영업점 운영비가 보험료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생명보험회사들은 나아가 모바일 보험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생명보험회사들은 그동안 약관이 복잡한 생명보험 특성상 모바일 판매를 시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KDB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이 올해 안으로 모바일 보험상품을 출시할 계획을 잡아놓고 있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젊은 소비자층은 설계사와 상담하는 대신 스스로 상품을 고르는 쪽을 더 좋아한다”며 “설계사를 통한 대면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놓인 만큼 온라인과 모바일 생명보험은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생명보험회사들이 온라인에서 거둔 실적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생명보험회사들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온라인보험 고객들이 낸 첫 달 초회보험료 17억6700만 원을 거뒀다. 설계사를 통한 대면채널 초회보험료는 같은 기간 9조1553억 원을 기록했다.
소비자가 온라인이나 모바일 생명보험에 가입할 경우 약관이나 손해 가능성을 제대로 전해 듣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온라인 보험은 대면채널보다 보험료가 싸지만 소비자가 모든 부분을 살펴야 한다”며 “복잡한 상품에 가입하려다 불완전판매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 생보업계 해외진출, 아직도 걸음마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은 지난 16일과 17일 이틀 동안 열린 2015년 경영전략회의에서 글로벌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 사장은 중국 상하이와 장쑤성 등 신규시장에 진출하고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시장에 추가로 진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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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 |
한화생명을 비롯한 생명보험회사들은 포화상태에 놓인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다. 특히 보험시장이 빠르게 자라고 있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시장이 주요 목표다.
중국은 2013년 생명보험시장이 165조893억 원 규모로 커졌다. 2012년보다 7.8% 성장한 것이다. 베트남의 경우 아직 시장규모는 작지만 2003년 4310억 원에서 2012년 약 9534억 원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6개 국가에서 모두 11개의 영업점을 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직접 보험상품을 팔며 영국과 미국에서 현지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을 주로 취한다.
한화생명은 특히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해외운용자산 비중이 전체의 10.8%까지 커졌다. 2013년 3분기의 4.6%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베트남 생명보험시장에서 점유율 2%를 기록해 선방한다는 평가를 듣는다.
중소형 생명보험회사들은 국외자산 투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흥국생명이 중소형 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에서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생명보험회사들은 아직 해외에서 눈에 띄는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의 해외 영업점 11개는 모두 적자를 냈다. 전체 영업손실을 합치면 약 90억 원에 이른다.
생명보험회사들은 특히 공을 많이 들였던 중국시장에서도 실적이 좋지 않다. 삼성생명은 2005년 중국항공과 합작해 세웠던 중항삼성생명보험유한공사 경영권을 2013년 말 현지 기업에 넘겼다. 10년간 영업했으나 시장점유율이 0.03%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2013년 중국시장에서 119억 원의 적자를 봤다. 한화생명도 2012년 중국에 진출한 이래 100억 원 수준의 적자를 내고 있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7일 발표한 ‘국내 보험회사의 해외사업 평가와 제언’ 보고서에서 생명보험의 경우 판매채널이 불안정하고 경영관리 비용이 많이 들어 해외에서 사업성과를 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전 연구위원은 “생명보험회사들이 해외에서 성공하려면 현지시장에 걸맞은 보험상품을 개발하고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명확한 경영목표와 자본조달 다양화 등에 따른 비용관리를 감안해 사업전략을 짜야 한다”고 충고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