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임채진 당시 검찰총장에게 노 전 대통령의 고급 시계 수수 관련 내용을 언론에 흘려달라고 부탁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은 25일 기자들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위 논두렁 시계 보도 관련’이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내 언론의 논두렁 시계 보도는 국정원의 주도로 이뤄졌고 검찰은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왼쪽)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이 전 중수부장은 이날 메일에서 원 전 원장이 임채진 검찰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노 전 대통령의 시계 수수 사실을 언론에 흘려 망신을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제안을 해왔지만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아 전 중수부장은 2017년 11월에도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보내 2009년 4월14일 강모 전 국정원 국장이 다른 직원 1명과 함께 사무실로 찾아와 원 전 원장의 뜻이라며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하되 시계 수수 사실을 언론에 흘려 도덕적 타격을 가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으나 일언지하에 이를 거절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국정원이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이냐”며 국정원 직원들을 강하게 질책했고 국정원 직원들은 “우리가 실수한 것 같다, 오지 않은 것으로 해 달라”고 사죄한 뒤 황급히 돌아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전 중수부장은 “노 전 대통령의 고가 시계 수수 관련 보도는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저를 포함한 검찰 누구도 이런 보도를 의도적으로 계획하거나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 전 부장은 이번 메일에서 4월22일 KBS의 고가 시계 수수 보도의 배후로 국정원을 꼽았다. 또 5월13일 당시 SBS가 ‘노 전 대통령이 논두렁에 시계를 버렸다’고 보도한 배경에도 국정원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SBS 보도가 국정원의 소행임을 의심하고 검찰이 오해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그 동안의 보도 경위를 확인한 결과 4월22일 KBS 보도가 국정원 대변인실이 개입해 이뤄진 것을 확인했고 그동안 국정원의 행태와 SBS의 보도내용, 원 전 원장과 SBS와 개인적 인연 등을 고려할 때 SBS 보도도 배후에도 국정원이 있다는 심증을 굳혔다”고 말했다.
이 전 중수부장은 4월22일 KBS 저녁 9시 뉴스에서 노 전 대통령의 고급 시계 수수 사실을 보도했을 때 김영호 당시 행정안전부 차관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KBS의 보도 관련 보고를 듣고 김 전 차관에게 “KBS의 이번 보도는 원 원장이 한 짓이다”라며 “원 원장이 나에게 이런 일을 제안해 거절하고 야단을 쳐서 직원들을 돌려보냈는데도 이런 파렴치한 짓을 꾸몄다”고 화를 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중수부장은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확인해보면 진실임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9년 노 전 대통령 수사 당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노 전 대통령 회갑을 맞이해 피아제 남녀 손목시계 한 세트를 2억 원에 구입하여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를 통하여 노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권양숙 여사가 그와 같은 시계 세트를 받은 것은 사실이나 KBS에서 시계수수 사실이 보도된 후에 비로소 그 사실을 알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