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외국인 임원의 운신폭이 넓어지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글로벌 감각을 중시하는데 현대차그룹 승계를 대비한 인적 쇄신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 ‘제네시스’와 ‘고성능 N’, 외국인 임원 승진 이어져
20일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제네시스사업부장은 5월 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왼쪽)과 루크 동커볼케 현대디자인센터장 부사장. |
피츠제럴드 부사장은 2018년 말에 3년짜리 임원 계약기간이 끝나는 데 2017년 연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승진하지 못하면서 재계약 여부도 불투명했다.
하지만 부사장 승진이 확정되면서 재계약에 청신호가 켜졌다.
또한 올해 초 제네시스 중국 진출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에 이어 최근 제네시스 유럽 진출 태스크포스팀까지 출범하면서 피츠제럴드 부사장이 수장을 맡은 제네시스사업부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뿐만 아니라 고성능 N 브랜드도 외국인 고위임원 승진과 영입이 이뤄지고 있다.
알버트 비어만 시험고성능차 담당 사장은 2018년 초에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현대차그룹에서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담당 사장에 이어 두 번째로 외국인 사장이 됐다.
또 올해 3월에는 현대차 고성능사업부가 출범하면서 토마스 쉬미에라 고성능사업부 담당 부사장이 영입됐다.
비어만 사장과 함께 BMW M 브랜드에서 일했던 쉬미에라 부사장까지 가세하면서 고성능 N 브랜드의 수장으로서 비어만 사장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제네시스와 고성능 N 브랜드는 모두 현대차에서 분사할 가능성이 있는 조직인 데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조직이기도 하다.
◆ 정의선, 외국인 임원으로 인적 쇄신 시동 거나
정 부회장의 승계를 앞두고 외국인 임원을 중용하는 기조가 더욱 완연해지고 있다.
정 부회장은 뛰어난 영어실력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기업적 관습에도 얽매이지 않는 인물로 알려졌다.
▲ 알버트 비어만 현대자동차 사장(왼쪽)과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현대자동차 부사장. |
그가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제네시스와 고성능 N 브랜드에서 외국인 고위임원을 중용하며 현대차 내부에 인적 쇄신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차 경영 주도권을 잡고 있으면서 정 회장의 가신그룹으로 꼽히는 현대차 부회장단, 정 회장이 처음 가업에 몸 담았던 현대정공 출신 등이 현대차 경영의 주축으로 꼽혔다.
하지만 정 회장이 2016년 연말부터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정 부회장이 경영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면서 외국인 임원 승진과 영입도 잇따르고 있다.
비어만 사장, 쉬미에라 부사장, 피츠제럴드 부사장을 비롯해 현대차 외국인 임원의 활동반경은 확대되고 있다.
인사 글로벌화가 가장 먼저 진행된 디자인부문은 물론이고 상용차부문도 외국인 임원들이 채우고 있다.
루크 동커볼케 현대디자인센터장 부사장은 2015년 현대차에 둥지를 튼 지 2년 만인 2017년 말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같은 시기에 마이크 지글러 현대차 상용R&D전략실장 이사와 마크 프레이뮬러 현대차 상용해외신사업추진TFT장 이사가 영입됐다.
◆ 현대모비스 기아차도 외국인 임원 중용 기조
현대차뿐만 아니라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 주요 계열사에서도 외국인 임원 중용 기조가 뚜렷하다.
현대차그룹은 애초 현대모비스를 최상위 지배회사로 내세우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는데 여기에는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를 책임경영하는 계획도 담겼다.
▲ (왼쪽부터)칼스텐 바이스 현대모비스 상무, 그레고리 바라토프 현대모비스 상무, 미르코 고에츠 현대모비스 이사. |
현대차그룹의 기존 지배구조 개편안이 일부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현대모비스는 외국인 임원을 잇달아 영입하며 정 부회장의 인사기조에 발맞추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2017년 미국 콘티넨탈 출신 그레고리 바라토프 상무와 독일 헬라 출신 미르코 고에츠 이사에 이어 2018년 5월에 독일 콘티넨탈 출신 칼스텐 바이스 상무까지 영입했다.
기아차 소속 외국인 임원으로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담당 총괄사장과 피에르 르클레어 기아스타일링 담당 상무가 있다.
슈라이어 사장은 현대차그룹의 첫 외국인 임원으로 정 부회장의 삼고초려 끝에 2006년 기아차로 왔다.
이형근 전 기아차 부회장이 3월 고문으로 물러나면서 기아차 전문경영인 가운데 가장 높은 직급은 사장으로 슈라이어 사장과 함께 박한우 사장 단 둘 뿐이다.
르클레어 상무는 BMW M 브랜드 총괄 디자이너 출신으로 2017년 9월에 중국 창청기차에서 기아차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해외 전문가 영입에 힘을 쏟으면서 현대차그룹 전반에 외국인 임원 중용 기조가 퍼졌다”며 “현대차그룹에 영입된 외국인 임원들이 내외부적으로 인정을 받아 승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