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관련 기업의 주식들은 증권가에서 이른바 ‘황태자주’로 불린다.
재벌그룹 오너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높아 경영권 승계 등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중요한 고리가 될 수 있는 주식을 의미한다.
지난해 삼성그룹에 이어 올해 현대차그룹까지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을 보이면서 지배구조 관련주들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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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
하지만 정작 외국인들은 최근 지배구조 관련주에 등을 돌리고 있다.
15일 증권가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현대모비스 주식을 올해 들어 대거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들은 올해 들어 현대모비스 주식을 970억 원 이상 순매도했다. 13일 하루를 제외하고 14일까지 외국인들은 연일 매도우위를 나타냈다.
현대모비스는 증권사들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최대 수혜주로 꼽으며 목표주가를 올리고 있는 종목이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대량 블록딜에 나섰다 실패한 현대글로비스 주식도 외국인들의 외면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외국인들은 이번 주에만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1천억 원 넘게 내다팔았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주인 제일모직도 외국인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14일까지 3거래일 연속 매도세가 이어졌다.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 패턴은 여러 요인에 따라 바뀌기 마련이다. 한 가지 요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최근 지배구조 개편주를 매도하는 이유로 불확실성을 꼽는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이 큰 종목을 선호하지 않게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철저하게 실적이나 사업전망을 보고 투자하는 성향이 있다”며 “예측하기 어려운 지배구조 관련주를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관련주는 실적이나 전망보다 지배구조 관련 이슈에 따른 프리미엄이 얹어져 주가가 급상승하거나 급락하는 이른바 ‘롤러코스터’ 장세가 자주 펼쳐진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까지도 ‘정의선 주식’으로 불리며 고공행진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의 블록딜 시도 소식이 나오자 지난 13일 하한가까지 곤두박질치며 하룻새 1조7천억 원의 시총이 증발하기도 했다. 14일도 주가가 9.22%나 하락하며 이틀 만에 주가가 22.8% 나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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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관련 핵심주로 꼽히는 삼성SDS나 제일모직도 마찬가지다. 제일모직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분 23.24%를 보유하고 있어 이 부회장의 승계 이슈와 관련해 여러 시나리오가 나오면서 몸값이 뛰어올랐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상장 이후 18만 원까지 주가가 뛰어올랐다가 현재 14만 원대 안팎으로 내려앉았다. 삼성 SDS도 상장 열흘 만에 최고가인 42만9500원까지 치솟기도 했으나 현재 26만 원 대로 폭락해 ‘거품’ 논란이 재연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배구조 관련주는 등락폭이 큰 만큼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추측이나 소문만 믿고 묻지마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이달 13일까지 최근 4개월 동안 증권과 제약업종에서 꾸준한 매수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에 대우증권(1053억4500만원), 우리투자증권(751억6400만원) 등이 포함됐다.
코스닥시장에서 제약 종목 4개가 외국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메디톡스(1233억6200만 원)를 비롯해 쎌바이오텍(358억4800만원)과 셀트리온(122억6300만원), 휴온스(112억8800만원) 등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외부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실적과 성장전망을 믿을 수 있는 종목에 주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