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업계의 ‘특허공룡’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에어쿠션 제품에서 원조를 자처하며 ‘짝퉁’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서경배 회장은 최근 아모레퍼시픽의 법무조직을 개편하며 지적 재산권 강화에 나섰는데 랑콤으로 유명한 로레알그룹의 유사제품 출시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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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배 아시아퍼시픽그룹 회장 |
13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세계 최대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그룹이 아모레퍼시픽의 쿠션류 화장품을 베껴 출시했다고 주장하며 법정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로레알그룹은 지난 2일 랑콤브랜드로 프랑스에서 쿠션형 파운데이션 제품인 ‘미라클 쿠션’을 출시했다. 파운데이션 크림을 스펀지 퍼프로 찍어 바르는 형태의 제품이다.
랑콤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이 제품은 ‘기적의 쿠션’이라고 소개했다. 현재 이 제품은 프랑스에서 먼저 출시됐으며 아직 한국 판매 여부나 일정은 밝혀지지 않았다.
아모레퍼시픽은 랑콤의 미라클 쿠션이 아이오페 에어쿠션을 모방한 제품이라고 보고 있다. 아이오페 에어쿠션은 지난 2008년 처음 출시된 뒤 3초에 한 개씩 팔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끈 제품이다.
그뒤 아모레퍼시픽은 이후 헤라 UV미스트쿠션, 아모레퍼시픽 트리트먼트 CC쿠션 등 관련 제품을 잇따라 내놓았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랑콤의 실제 제품을 보고 특허범위를 침해했는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그 결과에 따라 법적 대응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이 로레알그룹을 특허권 침해로 고소하면 국산 화장품업체가 해외 거대 화장품 업체를 상대로 벌이는 첫번째 소송이 된다.
세계 화장품 시장의 전통적 강자인 로레알그룹이 유사제품을 출시했다는 것은 그만큼 아모레퍼시픽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아모레퍼시픽은 'K뷰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아시아권은 물론이고 미국과 유럽 화장품시장까지 입지를 넓히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에어쿠션 시리즈는 아모레퍼시픽이 출시 초기 기술혁신을 자부하며 내놓은 제품이다. 파운데이션을 퍼프로 찍어 바를 수 있고 자외선 차단부터 기초 메이크업이 가능해 편의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에어쿠션은 지난해 세계에서 2500만 개가 팔리는 등 아모레퍼시픽의 글로벌시장 성공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2013년 한해 동안 아모레퍼시픽은 쿠션제품으로만 32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모레퍼시픽이 이처럼 특허권 침해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글로벌 화장품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른바 ‘미투(Me Too)’상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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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콤 '미라클 쿠션' 광고 |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 화장품시장 특성상 유사 신제품이 나오면 기존 제품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화장품시장에서도 경쟁사인 LG생활건강과 쿠션제품 특허를 놓고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소업체들에 대해서도 에어쿠션 모방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모레퍼시픽은 지식 재산권을 강화해 글로벌 화장품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12월1일자로 법무조직 개편을 단행해 법무팀과 지식재산팀을 법무사업부와 지식재산부로 승격시켰다. 지식재산부는 또 특허팀과 상표팀으로 나눠 운영하기로 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글로벌 특허출원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특허침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국내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지난해 12월1일 특허청 발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9354건의 상표권을 등록해 국내 기업 7만113곳 가운데 롯데제과(7911건), 삼성전자(6517건) 등을 제치고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